7월6일(미국 뉴욕주 기준), 세계의 투자자들은 일제히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았다. 미국의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홍콩 등 모든 글로벌 금융센터들에서 증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그 원인은 매우 명확하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하겠다는 노동자(노동 공급)’보다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의 수(노동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취업이 잘되고 임금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 ADP(Automatic Data Processing, 인적 자원 관련 데이터를 처리해서 업체들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민간 부문 일자리가 무려 49만7000개나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것의 2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7월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Xinhua
주가가 크게 떨어진 7월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Xinhua

미국 일자리 대폭 증가는 나쁜 신호

ADP는 민간 기업이지만, 이 회사에서 내놓는 통계 수치들은 매우 공신력이 높다. 연방준비제도(연준, 미국의 중앙은행)는 ‘여전히 취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당황했을 듯하다. ‘탄탄한 노동시장’은 노동자들에겐 꽤 즐거운 일이지만, 연준에겐 그렇지 않다. 지금 연준의 지상과제는 ‘인플레이션 저지’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탄탄하면 임금 상승에 따라 물가가 더 오르면서 미국 경제 전반을 타격할 것이라고, 연준은 생각한다.

금융시장에서 노는 투자기관들은 이런 연준의 사고방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지난달(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의 기준금리 동결에 잠시 환호한 바 있다. 그 이후엔 연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와중인 7월5일, FOMC 6월 회의록이 공개되었다. FOMC 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미래에 대해서는 '살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6월의 금리동결은 일종의 실험이다. 금리동결이란 떡을 던져 경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본 뒤 연말까지의 금리 기조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대다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추세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며 6월 이후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PHOTO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PHOTO

이런 상황에서 6월의 미국 일자리가 엄청나게 증가(심지어 예측치의 2배로)했다는 ADP 자료가 나와버린 것이다. 이제 볼 것도 없다. 연준이라면 어떻게든 경기를 죽여 일자리 수와 임금 상승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 방안은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 채권을 팔아야 하는 이유

투자자들 입장에선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주식과 채권을 더 사들이거나 지금 수준 그대로 보유할 유인이 없다. 주식의 경우, 해당 기업들의 수익률이 이자 부담 때문에 떨어지면서 기업가치 역시 하락할 것이다. 더욱이 투자기관들 역시 ‘남의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한다. 금리가 오르면 ‘남의 돈’에 대한 이자 역시 늘어나므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파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채권은 미리 정해놓은 날(만기)에 미리 정해진 금액을 받는 증권이다. 예컨대 1억원을 주고 올해 12월31일에 1억1000만원을 받는 채권을 샀다고 치자. 현시점의 금리가 대충 10%라면 이 채권을 굳이 팔 이유가 없다. 지금 가진 채권으로도 1억원의 투자금에 대해 10%(1억1000만원-1억원=1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중금리가 20%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 채권을 팔아야 한다. 예컨대 채권을 판 돈(1억원)을 다른 곳에 빌려주면 20%(2000만원)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 않은가.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7월6일, 채권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채권 중 하나가 ‘2년 만기 미국 국채’였다. 이 상품의 수익률(국채 수익률)은 7월6일 한때 5%를 넘어섰다.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7월6일)는 “미국의 차입 비용이 16년 만에 가장 높다”라고 표현했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채 수익률은 ‘국가에 돈을 빌려주면 어느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그런데 개인, 기업, 국가 등을 총망라할 때 가장 믿을 만한 채무자는 누구일까? 당연히 국가다. 그렇다면 국가에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해당 사회의 수많은 이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이어야 한다. 즉,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다른 이자들도 오르고, 내리면 다른 이자들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미국 차입 비용의 상승’으로 표현한 이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미국 노동시장의 탄탄함이 ‘연준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거야’란 투자자들의 합리적 기대를 거쳐 7월6일의 주식, 채권 대량 매도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시장 분위기라면 7월 FOMC 회의에서는 최소한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7월 FOMC 회의는 오는 25~26일에 열릴 예정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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