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한 위구르인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튀르키예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7월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한 위구르인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튀르키예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중국 정부가 고국의 가족들을 인질로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을 협박해 정보 수집 활동에 동원해왔다고, 7월31일 영국 BBC가 폭로했다.

BBC에 따르면, 위구르인 알림(Alim·가명)은 영국에 난민 신분으로 도착한 뒤 6년 만에 모친과 영상 통화로 상봉했다. 두 사람은 통화 내내 거의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모친의 뒤로 하얀 벽이 보였는데, 그것이 위구르족 거주지인 신장의 자택인지 수용소(위구르인 100만여 명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져 있음)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 통화는 휴대폰 두개로 이뤄졌다. ‘어떤 사람’이 알림과 그의 모친에게 각각 전화한 뒤 두 휴대폰을 서로 마주 보게 세워놓았다. ‘어떤 사람’은 중국 경찰이다.

알림은 모친과 영상 통화를 마친 뒤 중국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관은 그에게 위구르인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정보를 수집하라고 요청했다. 알림은 “중국 경찰은, 런던에서 반중 시위가 열릴 때마다 전화를 걸어 누가 참석했는지 물었다”라고 BBC에 밝혔다.

알림에 따르면, 중국 경찰은 그에게 위구르 인권 운동의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으라며 이에 필요한 자금 제공까지 제안했다. 또한 이 자금 세탁을 위해 위장 법인을 설립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종류의 위장 법인이 많다고도 들었다. 알림은 경찰의 요청을 거부하면 모친이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국가적 탄압’ 수단으로 활용되는 영상 통화

BBC에 따르면, 영국 셰필드 대학교 데이비드 토빈 박사는 영국 거주 위구르 난민 400여명 중 48명을 인터뷰 및 설문조사했다. 그 중 2/3가 중국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 경찰은 그들에게 스파이 활동을 요청하는 한편 위구르 인권 운동을 자제하고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했다.

토빈 박사는 위구르인 5만여명이 거주하는 튀르키예에서도 응답자 148명 중 80%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슷한 위협을 받았다고 BBC에 말했다. 튀르키예 내 위구르 커뮤니티에선 상대방을 서로 중국 스파이로 의심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들이 해외로 탈주한 난민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수단을 통칭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이라고 부른다. 토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영상 통화를 이용한 통제는 중국 경찰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지난 3월 미국 상원은 ‘초국가적 탄압 정책에 대한 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위협당할 때 신고할 수 있는 전용 전화가 개설된다. 초국가적 탄압의 책임자에 대한 국제 제재를 미국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다.

BBC와 인터뷰한 알림은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중국 경찰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 다른 위구르인들을 배신하는 것은 민족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가를 치러야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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