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행 택시 업체인 '조비 에비에이션'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난 2021년 8월11일, 설립자인 조벤 비버트(JoeBen Bevirt)가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미국 비행 택시 업체인 '조비 에비에이션'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난 2021년 8월11일, 설립자인 조벤 비버트(JoeBen Bevirt)가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차 택시’가 도심 상공을 활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이 ‘날아다니는 택시’의 요금을 1km당 2500~3800원선으로 책정해 가격 경쟁에서 ‘자동차 택시’를 압도할 계획이다.

이미 여러 ‘비행 택시’ 업체들이 시제품으로 시험 비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규제 당국의 타임라인도 나왔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지난 7월18일, 늦어도 2028년엔 미국의 1개 이상 도시에서 상용 비행 택시가 운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금부터 2년 뒤인 2025년부터 제한적 운영을 허용할 예정이다. FAA는 항공기 인증은 물론 항공사 및 승무원 관련 규칙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기관이다.

활주로 없는 이착륙, ‘탄소 배출 제로’

업체들은 비행 택시에 대한 설계와 테스트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남은 일은 비행 택시를 대량 양산할 생산 체제를 갖추는 한편 자사 제품에 대한 규제 당국(예컨대 FAA)의 인증을 받는 것이다.

최근 나온 시제품들을 보면, 비행 택시들은 소형 비행기나 헬리콥터 혹은 큰 드론처럼 생겼다. 활주로가 필요 없다.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의 이곳과 저곳 혹은 도심과 공항을 이어줄 수 있다. 전기로 구동되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전기 모터는 소음도 크지 않다. 대다수 업체들은 초기엔 비행 택시에 조종사를 배치하지만 궁극적으론 무인 자율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행 택시를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_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혹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라고 부른다.

이미 시장 경쟁의 전초전이 시작되었다. 비행 택시 업계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과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다. 그 뒤를 독일의 릴리움(Lilium)과 볼로콥터(Volocopter), 영국의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 등이 따르고 있다. 볼로콥터는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서 2인승 비행체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비행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카메이커(car maker)인 스텔란티스(Stellantis), 현대자동차(슈퍼널), 토요타, 혼다 등이 비행 택시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가 맞은 위기를 타개할 대안?

항공 전문지인 〈플라이트 글로벌〉(7월20일)에 따르면, 아처는 자사 제품인 미드나잇(Midnight)에 대해 내년까지 인증을 획득하고 2025년부터 서비스(맨해튼 도심의 헬기장-뉴어크 리버티 공항)를 개시해서 2028년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드나잇은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항속거리는 최장 161km. 2028년 로스엔젤레스 하계 올림픽 때 수백~수천대 규모의 비행 택시를 일반인 대상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아처는 2025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처의 비행 택시를 제조할 기업은 다국적 기업인 스텔란티스(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와 프랑스 PSA 그룹이 합병하면서 설립)다. 조지아 주에 아처의 비행 택시를 생산할 공장이 건설 중이다. 연간 생산량은 650대로 시작해서 일단 2300대까지 늘려간다고 한다. 스텔란티스는 아처의 대주주다.

다국적 거대 카메이커로 아처 에비이에션의 비행 택시를 생산할 스텔란티스의 로고 ⓒREUTERS
다국적 거대 카메이커로 아처 에비이에션의 비행 택시를 생산할 스텔란티스의 로고.ⓒREUTERS

미국의 유력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Axios) 기사(1월15일)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최고 경영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는 앞으로 닥칠 이 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교통 체증과 사고, 대기오염, 교통비 상승 등으로 인해 자동차의 한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mobility)의 자유는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이동의 자유’가 서구 세계에서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1km당 2~3달러의 운임료는 가능할까?

현대자동차의 비행 택시 자회사인 슈퍼널은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와 2028년부터 비행 택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공식 계약을 체결했다. 슈퍼널의 제품은 4~5명의 승객이 탑승해서 마이애미 시내의 짧은 거리를 비행하는 택시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이 ‘자율주행 비행 택시’ 스타트업인 위스크(Wisk)를 인수했으며 소형 비행기를 만드는 브라질의 엠브라에르(Embraer)는 비행 택시 업체인 이브 에어 모빌리티는 자회사로 설립했다. BBC(7월21일)에 따르면, 엠브라에르는 상파울루 인근에 전기 비행 택시 제조 공장을 설립해서 2026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비행 택시는 최대 6인용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미 3000여 대의 주문을 받았다고, 엠브라에르는 밝혔다.

비행 택시 업체들은 자동차 택시와 경쟁하기 위해 운임도 저렴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릴리움은 1km당 2~3 달러, 엠브라에르는 3달러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비행 택시 업체들의 목표가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도 많다. 비행 택시가 FAA 인증을 받는다고 해도 다른 기관들과 주 및 지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개발해야 한다. 비행 택시가 자택 위를 날아다니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감도 고려해야 한다. 〈뉴욕타임스〉(7월17일)에 따르면, “도시와 인근 지역에서 비행택시 이용을 막으려는 법안과 소송이 제기되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수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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