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게 꽤 화제였습니다. 적분 이후의 고교 수학책은 그저 페이지만 넘긴 ‘수학 반포기자’로서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뭔가 대단한 성취를 했나 보다’ 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수상 덕분에 필즈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학자들이 4년마다 모여 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있습니다. 1897년에 처음 열렸다죠.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1924년 대회가 캐나다에서 개최되도록 무척 노력했다고 합니다. 수학계의 발전을 위해 애쓰던 그가 1932년 그의 동료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자신의 유산으로 수학상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 뒤 열린 취리히 수학자대회에서 그의 제안이 다루어졌습니다. 순수학문 연구에 경쟁을 동반하는 상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한 수학자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토론 끝에 상을 만들기로 했고, ‘필즈상’이라고 이름을 정합니다. 어떤 인물·국가와도 상이 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본인의 요청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후 필즈상은 젊은 수학자의 연구를 장려한다는 취지로 만 40세 이하 수학자 2~4명에게 수여됩니다(〈수학의 노벨상, 필즈상 이야기〉).
이번 수상 이후에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과거 인터뷰 제목(‘수포자서 천재 수학자로’) 때문이었습니다. 수상 이후에 허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 외우는 것을 힘들어해 부모님께서 좌절하셨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수포자라고 제목이 나왔다”라고 바로잡았습니다. 기사 제목에 기자·편집자의 의견·판단이 섞여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그런 듯합니다. ‘수포자’가 필즈상을 받았다고 하면 무척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스토리로 읽히지만 그건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지요. 사실과 의견·판단을 구분하는 것. 〈시사IN〉도 주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 숫자가 꽤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다룹니다. 전혜원 기자가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습니다. 경기침체로 재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세수 감소를 동반할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게 적절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사입니다. ‘세금주권’도 국민주권 중 하나입니다. 세금이 공정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잘 알아야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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