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잼과 감자칩, 복권처럼 복수도 팔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미술품 거래업자 빅토르는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의 재산을 빼앗고 이혼한다. 양아들 케빈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케냐 사바나에 놔두고 온다. 케빈은 다행히 원주민들에게 구조되어 마사이 전사로 거듭나지만 성인식에 할례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기겁해서 스웨덴으로 돌아간다. 귀향한 케빈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와 함께 양아버지 빅토르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도모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등 유쾌하지만 사회·정치·국제관계에 대한 냉소적 통찰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소설이다.
우리가 선택한 가족
에이미 블랙스톤 지음, 신소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어째서 부모가 되는 것은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까?”
‘결혼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라고 누군가 물으면 되묻곤 했다. 그럼 당신은 아이를 왜 낳았느냐고.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정상’과 ‘당위’의 힘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데서 나온다. 아이는 온전히 부모의 힘으로만 성장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아이 하나를 기르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 같은 말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자식이 없는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양육을 담당한다. 저자는 미래세대를 기르는 일은 지금보다 더 ‘지역사회의 숙제’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013년부터 무자녀 커플의 삶을 공유하고 관련 연구를 모아둔 ‘우리는 아이 (안) 가져’라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모험, 〈그림 동화〉의 인류학
오선민 지음, 봄날의박씨 펴냄
“실로 동화는 선한 일에 아무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동화인류학자’라 칭하는 저자는 인류의 원형적 형태를 찾기 위해 동화 속으로 떠난다. 동화는 집을 떠나 왕국에 도착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저자에게 동화는 혼란스러운 숲에서 타인을 만나 어떻게 고난을 견디고 삶을 꾸릴지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옛 동화를 권선징악적으로 풀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물어야 하는 건 동화 속 주인공이 숲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일을 어떤 방식으로 돌파하는지다. 저자는 동화 속에서 ‘거대한 혼돈과 부분적 연대’라는 서사구조와 ‘너의 죽음이 나의 삶을 낳고, 나의 죽음이 너의 삶을 낳는다’라는 공생의 윤리를 찾는다.
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지음, 창비 펴냄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미술관의 분위기는 관객을 무겁게 짓누른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그림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한 작품 앞에 서서 오래 음미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정의하려는 쟁투 뒤에는 각자의 욕망이, 저명한 미술관 뒤에는 패권주의가 숨어 있다. 이는 모두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미술은 하늘 위에 존재하는 신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은 땅 위에서 숨 쉬는 인간의 표정이며 분투이다. 미술의 ‘완벽함’을 부정하는 해석이 그 가치를 훼손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완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낼 때 진정한 ‘휴머니즘’으로서 미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
김택곤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우리를 너무 미워하고 많이 죽였어.”
보고:미 육군 인도-버마전쟁지구사령부 미 전시정보국 파견 심리전팀. 일본인 포로 심문조서 제49호.
심문 대상 포로:한국인 위안부 소녀 20명.
이 보고서는 1944년 8월10일 미군이 버마(미얀마) 북쪽의 미치나 도시를 함락한 후 패잔병 소탕작전에서 포로로 잡은 한국의 위안부 소녀 20명과 일본인 2명에 대한 미국 전시정보국의 심문을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일본이 한국인 위안부 소녀를 어떻게 끌어모았고, 그들이 어떤 조건에서 생활하고 일했는지 등을 보여준다. MBC 워싱턴 특파원 출신인 저널리스트 김택곤씨가 미국 극비 문서를 통해 현대사의 베일을 벗긴 책이다.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박서련 지음, 마음산책 펴냄
“그것이 사장의 눈이라는 것을 알기에 쳐다보기를 멈출 수 없었다.”
표제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는 정말 내 얘기 같았다. 이야기 속 ‘나’는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만화 카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 석 달째, 가게에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던 사장에게 갑자기 전화가 온다. “그림 잘 그리네?” 나도 만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같이 일하던 앞 타임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그만두게 된 건 사장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자기가 안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CCTV로 다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 순간 나도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장편소설 〈마르타의 일〉에서도 느꼈지만, 박서련의 소설은 이렇게 나의 일상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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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걸리면 ‘비정상’, 나으면 ‘정상’이라는 착각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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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도대체 왜 안 잡힐까?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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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배달 노동자, 그 중 8할은 청년들이다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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