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언론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금배지 달기 위해 펜 휘둘렀나


MBC, KBS는 ‘정권 스피커’?

 

 

“문제는 언론이다. 90% 언론이 박근혜 편에서 뛰는 한 선거는 하나 마나다. 선거마다 새누리당이 얼마나 이기는가가 포인트 아닌가?” 한 새누리당 소속 광역 단체장은 말했다. “한쪽은 99를 잘못해도 괜찮고, 한쪽은 1만 잘못해도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종편을 만들고 김재철 사장이 MBC를 무너뜨리면서 게임은 끝났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총선에서도 언론이 결정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효과적인 낙선운동도 하고 있다. 사례가 너무 많아 지적하는 것조차 벅찰 정도다. 종편이 출범하면서 일부 언론은 ‘은근함’ ‘교묘함’이라는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렸다. 운동장에 선수로 나선 것처럼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권을 향해 충성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그러다 청와대로 가거나 여당 후보로 나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언론인도 적지 않다.

ⓒ캐리돌 제작:시사IN 양한모 기자

언론이 나서서 선거판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예는 과거에도 많았다. 1992년 14대 대선을 1주일여 앞둔 12월11일,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우명수 부산시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이른바 이 지역 기관장들이 부산 초원복국집에 모였다.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은 “지역 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 발전에는 긍정적이다….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 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라고 말했다. 김대균 기무부대장은 “〈조선일보〉는 좀 잘 써주는 것 같죠. 정주영씨는 좀 잘 써주지 않고…”라고 거들었다. 관권 부정선거의 추한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여당인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게 유리하게 굴러갔다. 언론이 이 사건을 ‘도청사건’으로 둔갑시키면서부터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도청사건은 목적과 관계없이 부도덕한 것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관행과 시민생활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파급시킬 것이다”라고 썼다. 김영삼 후보는 어느새 피해자가 됐다. “나는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공명선거를 이루겠다는 나의 소박한 꿈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다.”

2012년 대선을 1주일여 앞둔 12월11일. 경찰이 서울 역삼동에 있던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김씨는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야당 후보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명백한 부정선거의 증거였다. 그러나 언론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으로 둔갑시켰다. 〈조선일보〉는 김하영씨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제목은 “영장 없이 쳐들어와… 인권유린”. 당시 박근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사건이다. 국가 안위를 챙기는 정보기관마저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 출신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조선일보〉가 국정원 대선 개입이 아니라고 하잖나. 경찰 발표로 대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북한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국정원은 물론 국방부, 보훈처 등 정부 기관이 대거 동원돼 댓글을 단 증거가 드러났다. 하지만 대통령은 말이 없다.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협력해, 국정원 댓글 수사에 나선 검찰총장을 사생활까지 들추어서 날려버렸다는 말까지 나돌았다(21쪽 기사 참조).

ⓒ시사IN 신선영보수 언론이 ‘윤상현(왼쪽) 막말’은 축소, ‘정청래 공천 배제’는 확대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놓고 편파적이었던 ‘2012년 총선 보도’

2012년 총선 보도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 뉴스”(전국언론노조)로 비판받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 실정이 쌓이면서 ‘정권 심판론’이 일었다. 여기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문건이 공개됐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 청와대 비서관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다는 증거가 나왔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3월31일 청와대가 나선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파악해본 결과 80%가 넘는 2200여 건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사찰 문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론은 내달렸다. KBS 〈뉴스9〉는 첫 번째 뉴스 제목을 “청와대 ‘사찰 80%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로 뽑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靑 ‘사찰 사례 대부분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靑 ‘사찰 사례 80% 이상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져’”라고 적었다. 상황은 반전됐다. 이어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사찰 문건이 공개됐다. KBS 〈뉴스9〉는 “여 ‘사찰, 선거 이용’… 야 ‘대통령 출석 청문회’”, MBC 〈뉴스데스크〉는 “민간인 사찰 공방… ‘청문회 실시’ vs ‘선거 이용’” 등 여야 공방으로 몰아갔다. 완벽한 물타기였다. 언론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자들과 관련해서는 유독 도덕성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제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김형태 후보, 복사 수준의 박사논문 표절 논란이 인 문대성 후보, “살아 있는 노인 99%는 친일했다”라고 말해 구설에 오른 하태경 후보 등. 이번에도 언론이 새누리당의 구세주로 나섰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파문이 불거지자, 여론의 물꼬를 돌려 전세를 역전시킨다. 기사의 경중, 공정성, 새누리당과의 형평성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4월4일과 5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김용민 기사 4~5꼭지를 전반부에 배치해 집중 포격했다. 4월7일자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라는 제목으로 김용민 후보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었다. 이 신문 수천 부가 교회·아파트·운동장 등지에서 무료로 뿌려졌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 놓인 〈조선일보〉 더미 위에는 “이 신문은 오늘 하루만 주민 여러분께 홍보용으로 드리는 신문입니다. 부디 지나치지 마시고 가져가셔서 인천지역 쪽 기사를 읽어봐 주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도 〈조선일보〉는 무료로 배포됐다. 선거 이틀 뒤인 4월13일자 〈조선일보〉는 4면 머리기사에 “김용민 막말에 자기 지역구 30대도 그에게 등 돌렸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 연대가 패배한 데는 김용민 후보 막말 발언 파문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심판론, 민간인 불법 사찰, 제수 성폭행 의혹 등 수많은 이슈를 김용민 막말 한 건으로 막은 것이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언론들이.

ⓒ연합뉴스한 MBC 기자는 “언론이 유승민(왼쪽) 공천 파동을 김종인 공천 파동으로 덮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4·13 총선에서도 언론에게 공정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인다. 야당의 갈등과 흠결은 증폭하고 과장하는 반면, 여당에 불리한 이슈들은 축소되어 전달되곤 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물타기’ 결과다. 당장 국정원·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일반 시민 통신자료 조회 사건이 그렇다. 수사기관이 제멋대로 일반 시민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본 사례가 속속 밝혀졌다. 야당 국회의원, 야당 대표의 비서,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문제 활동가, 기자…. 지난 1년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 94명은 681회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현직 경찰도 국정원과 경찰에게 ‘털렸다’. 수사기관은 이유를 알리지도 않는다. 이처럼 사유를 공지하지 않고 들춰본 통신자료는 하루 평균 2만7000여 건에 달한다. 또 수사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의료정보를 하루 2649건씩 받아봤다. 이 또한 당사자에게는 통보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의 정보 안전을 테러하고 있는 셈이다. 명백한 인권침해다. 결코 사소한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과 보수 언론은 이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벌어진 이세돌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국 뉴스로 묻어버렸다.

알파고 대국 뉴스로 가린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 부르는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했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비박계) 다 죽여.” 공천을 주무르는 내용도 나온다. 총선 정국에 터진 최대 스캔들이었다. 사실 윤상현 의원의 막말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과 비교하면 중요도와 뉴스성에서 훨씬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알파고 대국 소식을 4개 연속 다룬 후, 다섯 번째 소식으로 윤상현 의원 논란을 다뤘다. 작은 해프닝 수준으로. SBS 〈8뉴스〉는 알파고 소식을 4개 다룬 후, 9번째에 막말 논란을 배치했다. KBS 〈뉴스9〉는 19번째에 짤막하게 처리했다.

대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천에 탈락하자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크게 키웠다. 〈조선일보〉는 아예 정청래 기사를 시리즈로 쏟아냈다. ‘더민주, 정청래 등 5명 컷오프(공천 배제)’ ‘더민주 정청래 의원이 공천 배제된 까닭은’ ‘공천 배제 정청래, 직접 당사 찾아 재심 신청’ ‘더민주 정청래, 종편 출연 거부하며 손석희 언젠간 쫓겨날 것’ ‘정청래 살려내라 더민주 홈페이지 마비… 鄭은 침묵’ 등. 정청래 의원은 “〈조선일보〉에 대항하고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선일보〉가 계속해서 보복 폭행을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MBC의 한 국장급 기자는 “예전에는 기자들이 늑대의 탈이라도 쓰고 활동했는데 이제는 아예 늑대가 되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윤상현 막말은 정청래 공천 배제로 덮고, 유승민 공천 파동은 김종인 공천 파동으로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대해서도 언론은 고개를 돌렸다. 심지어 옹호하는 매체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둔 3월10일 대구·안동, 3월16일 부산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 가운데 정종섭 예비후보(대구 동구갑)와만 악수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진박’ 정종섭과만 악수했다고 보도했다. 3월11일자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하지만 방송은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박 대통령, TK 방문… ‘앞장서 힘 모아달라’”(SBS) “박 대통령, TK 방문… 지역 정가 술렁”(KBS) “박근혜 대통령, 총선 한 달 앞두고 ‘TK 방문’”(MBC). 종편인 채널A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채널A는 3월19일 “박 대통령, 총선 행보라 해도 정면 돌파” 보도에서 “이번 총선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선거’로 불립니다… 정치적 부담이 될 만도 한데, 박 대통령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입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대변했다.

언론의 태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잣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2004년 2월 기자회견에서 던진 이 총선 관련 두 마디를 언론은 물고 늘어졌다. 결국 이 두 마디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3월16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저는 시정홍보를 SNS에 많이 했다고 선관위가 검찰 수사 의뢰하는 판이니. 제가 시장 순회하면서 후보자 골라 악수하면 구속될 듯..ㅠ.”

‘친노·패권’ 보도 83건, ‘친박·패권’ 보도는 9건

언론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 특혜 의혹에도 눈을 감고 있다. 지난 3월17일 〈뉴스타파〉는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이 5년 전 성신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뉴스는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성신여대가 나 의원 딸의 학점을 고쳐준 정황까지 보도했다. 하지만 KBS·MBC·SBS 그리고 보수 언론은 이 뉴스와 관련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에 불리할 만한 뉴스가 있으면 언론이 기를 쓰고 간섭하고 나서는 것과 대조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국민의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었다. DJ계를 대표하는 권노갑·박지원 등의 탈당으로 호남 표심이 더민주를 이탈하는 시기였다. 새누리당 처지에서 야권 분열은 총선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조선일보〉는 “이희호 여사는 홍걸씨의 정치 참여를 반대했고, 최근 문(재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희호 여사 낙상, 골반뼈 금 가 입원’ 기사에서 “이 여사는 삼남 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한 데 대해 답답해했다고 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종편은 언론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TV조선의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김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금배지 때문에 욱해서 그랬다”를 OX 퀴즈로 만들었다. 채널A 〈쾌도난마〉에 패널로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김홍걸씨에 대해 “인륜, 천륜까지도 어긋난다”라고 비난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종편 주요 프로그램의 친정부·여당 성향 출연자의 비율이 70~80%에 이르렀다. 사실상 새누리당 선거방송이다”라고 발표했다. 김홍걸씨는 “어머니가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건 적도 없고, 정치 참여를 반대한 적도 없다. 사실은 따지지도 않고 기사를 써댄다. 한심한 정치판은 한심한 언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최근 ‘나경원 의원(위)의 딸 특혜 의혹’이 일었으나 보수 언론·방송은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특히 문재인 의원 측근들을 비방하는 데 주력한다. 친노를 ‘패권’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고 집중한다. 〈조선일보〉는 정청래 의원을 “틈만 나면 막말을 퍼부어 국회와 국회의원의 격(格)을 떨어뜨린 사람이다”라고 비난했다. 조응천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관이 더민주에 입당하자 “술장사”를 했다고 비하했다. 2015년 3월부터 1년간 〈조선일보〉에서 ‘친노’ 그리고 ‘패권’을 언급한 기사는 83건. 하지만 정권과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과 ‘패권’을 언급한 기사는 9건에 불과했다.

친노에 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보수 언론이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만은 우호적이다. 특히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자 김 대표를 향해 극찬을 쏟아냈다. “친노 좌장 이해찬 잘라낸 더민주 공천이 與보다 낫다”(〈동아일보〉) “더민주 일부 물갈이가 ‘운동권黨 종언’으로 이어지려면”(〈조선일보〉) “더민주 이해찬 공천 탈락, 여당은 반면교사 삼길”(〈중앙일보〉).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은 “‘김종인 대통령’은 어떤가”라면서 대통령감이라고 한껏 띄웠다. ‘셀프 지명’ ‘표절 교수’ ‘비리 장성’ 등 역사상 최악이라고 비판받은 더민주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에) 운동권 출신이 배제되고 대신 각계 전문가가 많이 포함되었다. 이번 비례대표 명단은 당의 체질이 상당 부분 바뀔 수도 있다고 기대를 갖게 할 만큼 달랐다.” 대신 〈조선일보〉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을 비판했다.

51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12년 동안 주필 역임)은 이번 총선에도 빠지지 않았다. 3월15일자 그의 칼럼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박근혜식(式) 체제를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는 사람이라면 총선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것이고, 좌파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사람이라면 사람에 관계없이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을 선택하면 된다. (…) 총선에서 A당 후보를 찍고 대선에서 B당 후보를 찍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정을 파행으로 이끄는 빌미가 될 수 있다. (…) 지금 같은 막중한 상황에서 한가로이 접점(接點) 없는 ‘견제 논리’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 ‘좌파인 더민주를 찍는 것은 한가롭고, 국정을 파행으로 이끄는 것이니 새누리당을 찍으라’고 몰아가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 주필 이강희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에 불과합니다. 어찌 그런 우매한 인간들에게 신경을 쓰십니까?”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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