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닥터,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기업권력의 언론플레이
윌리엄 디난 외 지음/노승명 옮김/시대의창 펴냄

스핀닥터는 흔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이자,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키고 정부 수반의 생각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서민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국밥 광고’를 기획했던 김인규 현 KBS 사장을 비롯해,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은 이 정부의 대표적 스핀닥터로 꼽힌다.
그런데 스핀닥터라는 직업의 존재는 정치권력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기업 권력의 언론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스핀닥터들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홍보 거래’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암살단을 활용해 콜롬비아 노동조합 지도자를 살해한 코카콜라, 영국 국방부와 유착 관계를 맺고 무기 거래 반대운동 시민단체에 들어가 정보를 캐내는 기업 스파이, 가짜 풀뿌리운동 단체와 웹사이트를 만들어 조작된 뉴스와 여론을 유포하며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홍보 컨설팅 기업….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암약하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니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물론 이들의 모든 행위는 너무나 당연하게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데 큰 몫을 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폭로에 그치지 않고 기업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방법까지 함께 제시한다.

 

조선평전: 60가지 진풍경으로 그리는 조선
신병주 지음/글항아리 펴냄

조선이 어떤 나라냐고? 여기, 조선의 거의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세세하게 망라한 책이 있다. 건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역사는 박물관에 갇혀 있을 때보다 이를 되살려 현재화시킬 때 의미 있다”라고 말한다. KBS와 EBS의 역사 프로그램 자문 및 외교통상부 외규장각도서 자문포럼 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기도 한 저자는 무엇보다 역사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는 ‘현대화’된다. 이번 일본 동북부 대지진을 통해 조선 시대 지진 발생과 대응방식을 살펴볼 수 있고, 조선 시대 과거시험과 오늘날 수능시험의 열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623년 3월의 인조반정은 5·16 군사 쿠데타와 12·12 쿠데타로 되살아난다.
물론 ‘현장성’도 놓치지 않는다. 1795년 화성 행차의 노선과 구체적 일정을 통해서는 정조가 추구했던 개혁 정치가 펄펄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중인층의 위항문학(하급 관리와 평민들이 쓴 문학) 운동의 산실인 인왕산 일대의 문화유적지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조선 시대 사람들의 놀이·화폐·코끼리·고구마·왕의 식단 등 세세한 생활사에 관한 내용 또한 흥미롭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김소연 옮김/은행나무 펴냄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무엇이든 잘게 쪼개어 자신이 원하는 걸 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는 도저히 그 본질을 알 수 없다. 특히 마이크로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과학자들은 세상을 더욱 잘못 보고 있다. ‘이해하기 쉬운 과학책’을 써온 저자는 이번에도 각종 비유를 들고 독자에게 다가간다. 

 

 

결국, 음악
나도원 지음/북노마드 펴냄

누구나 ‘내 인생의 노래’, 하다못해 ‘노래방 애창곡’ 하나쯤은 갖고 산다.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시대를 조망하고,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묶어내기도 한다. 한대수부터 장기하까지, 걸 그룹부터 인디 음악까지. 고집 센 현장 비평가로 살아온 저자가 돌아본 음악 이야기가 담겼다.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장애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
베네딕테 잉스타 외 지음/김도현 옮김/그린비 펴냄

‘차이’와 ‘손상’이 있을 뿐, ‘장애’가 존재하지 않는 곳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책은 문화인류학의 연구 방법을 참조하여 손상이 장애로 규정되지 않는 사회(남미·아프리카·아시아를 망라해)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통념으로 가진 장애라는 개념을 조각낸다.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의 첫 번째 권.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지음/하비에르 사발라 그림/공진호 옮김/문학동네 펴냄

기이한 필경사(글씨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바틀비가 월스트리트에 나타난다.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던 그, 어느 날 이렇게 말한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소극적이지만 치명적인 이 ‘저항’은 무언가 하는 걸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존재’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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