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국은 장자연·에리카 김·덩 여인, 이렇게 세 여성이 이끌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10일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세 뉴스에 ‘치여’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 같은 굵직한 뉴스는 뒷전으로 사라졌다.

에리카 김과 덩 여인을 뉴스 중심에 끌어올린 이는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다. 그렇다면 고 장자연씨 사건을 2년 만에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왕첸첸(31·본명 전)이란 인물은 누구일까.

왕첸첸이란 이름이 처음 언론에 오른 건 2009년 3월20일 〈스포츠 칸〉을 통해서이다. 당시 이 신문은 “‘고 장자연과 속을 터놓고 지내온 오빠’라고 주장하는 왕첸첸(June 田)이란 사람이 고인과 주고받았다는 편지를 토대로 A4 용지 8장짜리 문건을 보내왔다”라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연이 정말 너무 힘들당. 언제쯤 화려하게 장식된 이 고통에서 벗어날까. 모든 것 다 포기하고 싶푸다”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편지의 작성일은 3월9일과 10일로 되어 있었으므로, 작성 날짜가 사실이라면 장자연씨 사망 2~3일 뒤에 쓴 셈이다. 당시 왕첸첸은 자신이 ‘1976년 월일 중국 마카오에서 태어났고, 1980년 대한민국에 입적됐으며, 2004년 타계한 카지노계 실력자 전 회장의 꼬맹이였다’고 신분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결과 전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발표했다. “정신장애 증세를 보여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고 장자연과 일면식이 없음에도 연예계에 편집적 성향을 보여 허위 편지를 작성했다”라는 것.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분당경찰서는 △홍콩 재벌 아들 또는 유명한 오락실업자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호적부 확인 등으로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고 △2003년 수감 이후 고인이 12회 정도 면회 온 사실이 있다고 했으나 면회 기록이 없었기에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장자연의 편지’라고 주장한 편지 겉봉 중 하나. 2008.10.28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고, ‘부산교(도소) 이송’이라는 제3의 필체가 남아 있다.


2009년 3월26일 부산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던 전씨를 접견한 〈스포츠 칸〉 기자는 “옆 가르마로 빗어 넘긴 머리에 다소 큰 안경, 그리고 목에 연두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과 전라도 말투가 인상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전씨는 이 기자에게 “편지 내용은 사실이다. 자연이로부터 온 편지와 자연이와 찍은 사진을 구치소 밖 지인에게 전하려 했지만, 언론 보도 이후 구치소 측이 반출을 막고 있다. 우울증 약을 먹긴 하지만 정신이상자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왕첸첸, 경찰관 3명 직무유기로 고소

경찰 발표 후 왕첸첸은 빠르게 잊혔다. 그러나 그 사이 그는 두 가지 일을 만들었다. 하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장자연의 편지’를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김성훈·본명 김종승)와 전 매니저(유장호)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성남지원)에 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자연씨 사건을 담당한 분당경찰서의 경찰관 3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이와 관련해 전씨는 지난해 8월 대구지검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전씨가 지난해 2~10월 세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보낸 ‘장자연의 편지’는 관련 기록에 첨부되어 있기는 하지만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성남지원은 “검찰과 피고인(김성훈·유장호) 측에 탄원서 내용을 알리고 증거 신청 여부를 물었으나 양쪽 다 하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였던 김성훈씨 측 변호인은 △필체가 3~4개라는 점 △편지에 나온 영화 제목이 당시에는 달랐다는 점 등을 들어 이 편지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편지가 3월6일 SBS 보도를 계기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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