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맞아도 웃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고 웃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벼락 맞고도 웃어야 한다는 것 말고도 정치인과 연예인은 여러 모로 쌍생아다.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인과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연예인, 꼬치꼬치 따져보면 두 직업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불십년’이요 ‘애불십년’이라 ‘한 방’에 뜨고 ‘한 방’에 지는 이들의 생리는 비슷하다. 

지난 연말 각 방송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상식을 진행해야 했다.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공동 수상이 남발되어 상이 상으로서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정당의 당직자 인선 모습과 닮았다. 각 정당의 당직자 인선을 보면 부대표나 부대변인 임명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남발되고 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수여하는 상이 상으로서 권위를 갖지 못하게 된 이유는 연예인과 방송사의 역학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청률 때문에 연예인 눈치를 봐야 하는 방송사에서는 특정 연예인을 배제해 미움을 사려 하지 않는다. 정당에서도 당직자 인선 때 특정 정파를 배제하지 않고 두루 당직을 줘 갈등을 봉합한다. 

친분 있는 연예인이 두루 찾아오는 시사회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와 닮았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동료 연예인의 시사회와 동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찾아 열심히 품앗이를 한다. 시사회와 출판기념회에서 이들이 동료 연예인과 동료 정치인을 칭찬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애정이 넘칠 수가 없다. 그들의 칭찬을 듣고 있다 보면 최고 연기자와 최고 정치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들이 시사회와 출판기념회를 찾는 진짜 이유는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연예인은 동료 연예인이 출연하는 영화 시사회에 나와서 자기 옷맵시를 뽐내며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즐긴다. 정치인은 동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하는 것을 즐긴다. 혹여 축사를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삐쳐서 자기 출판기념회에 초대해 축사를 시키지 않는 것으로 꼭 복수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닮은 점은 물의를 일으킨 동료 연예인과 물의를 일으킨 동료 정치인에 대한 태도다. 세상 사람이 아무리 물의를 일으킨 동료를 욕해도 이들은 동료를 두둔한다.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두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두둔한다. 왜 그럴까?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일까?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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