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나무를 같이 심고 거름을 흩뿌려주던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호두나무는 여전하다. 비록 가지가 부러지고 껍질이 터져 볼썽사납지만, 아직도 매년 가을이면 알알이 열매를 맺는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석 무렵 고향에 가서 그 나무가 물과 바람과 새소리와 햇볕을 버무려 빚어낸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면, 부모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감동이 차오른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른 봄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이원묘목축제에 참가해 ‘임도 보고, 뽕도 따는’ 방법. 특이하게도 이 축제는 묘목유통센터에서 열린다. 그만큼 나무 종류가 많고 가격이 싸다는 말이다.
올해 축제는 3월19부터 사흘간 열렸다. 이원묘목유통센터에서 생산하는 묘목 생산량과 종묘 종사자는 약 1290만 그루에 490가구. 수종은 복숭아·백일홍·대추·사과·호두·벚·살구·밤·자두·은행 나무 등 100가지가 넘는다. 행사 중에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역시 묘목 나눠주기. 늘 손을 내미는 사람이 많으니 서둘러야 한다. 올해 축제에서는 아줌마예술단과 풍물패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묘목축제 사이버대회와 향토음식경연대회, 수석·분재 전시회, 지역 특산주 시음회, 접목 시연 등은 유쾌한 덤. 아이들 선물도 있다. 나무 곤충 만들기, 나무 목걸이 만들기, 판화 찍기, 잔디 인형 만들기,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미니화분 나누어주기, 이동식 동물원 등에서 아이들 웃음이 터진다. 주최 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축제를 연다고 하니,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상생의 발걸음’을 떼는 셈이다. 땅이 한 뼘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내년 봄 자녀들과 함께 참여해 튼튼히 자랄 유실수나 상록수 하나 고르시기 바란다. 문의 festival.oc.go.kr 043-730-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