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지역’의 모습이다. 발품을 들이고 시간을 내서 찾아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제주의 본모습을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10월15~17일 제주 서귀포시 덕수리 민속공연장(제주 조각공원)에서 열리는 덕수리전통민속축제를 권한다. 제주는 교역이 어려웠던 지리적인 ‘고립’을 자급자족의 ‘자립’으로 승화시켜왔다. 제주 지역의 소비 생필품은 대부분 남제주군 안덕면 덕수리에서 생산되었는데 가령 이런 것이다. 불미공예. 무쇠로 솥과 쟁기날을 제작하는 공예기술인데 제주도식 농기구와 부엌살림을 만드는 과정이 이 축제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척박한 토양의 제주에서는 ‘단결’만이 살길이었다. 우물 파는 집단 노동을 재현한 물통 파기 놀이는 중산간 지역의 주민들이 용천수가 없어서 물을 구하기 위해 돌을 굴리고 땅을 파는 과정을 연출한 것. 덩달아 노동요도 발달했다. 방앗돌 굴리기 노래가 대표적. 방앗돌 굴리기는 연자방아의 웃돌(굴러가는 돌)과 알돌(바닥돌)을 들이나 산에서 만든 후,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안으로 굴려오면서 부르던 일종의 ‘운반 민요’다. 현지에서는 ‘솔깃 소리’라고도 부른다. 엄청난 힘이 필요했던 방앗돌을 둘리는 데 많은 사람이 동원되고 이들의 힘을 북돋우기 위해 “야하호오 에헤야아 에에헤”라는 선소리에 따라 일제히 “어기영차” 하며 후렴을 받아 연자방아 돌을 일시에 당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고 제주 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

남자들이 둘러앉아 ‘태’라는 줄로 새끼를 꼬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강한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서는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새끼줄로 지붕을 묶었다. 이 외에도 제주도 여인들이 물을 긷는 데 사용한 물동이·물허벅을 지고 노래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고, 해녀들이 전복을 캐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 공연도 볼 수 있다.

문의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064-760-2482.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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