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톨게이트를 지나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푸른 바다. 톨게이트 인근 아파트 벽면의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고인이 된 ‘색채의 마술사’ 전혁림의 작품이 벽화로 거듭났다. 통영 들머리로 들어서기 전부터 마치 고향을 찾은 듯 편안해지는 기분, 통영국제음악제를 찾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이다. 통영 시내에 들어서면 묘한 설렘마저 일렁인다. 좁은 도로를 따라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아래 사진)이 마중을 나온 듯한 풍경. 관객을 기다리듯이 줄 이은 현수막 때문이다.

통영의 봄은 통영국제음악제 열기로 가득하다. 매년 관람객이 입소문을 듣고 음악제에 모이고 모이는 이유, 마치 윤이상이 살아 관객을 맞는 듯 ‘통영의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 대관령국제음악회가 있다면 봄에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잔치의 장’으로 꼽히는 통영국제음악제는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념해 매년 3월 막을 올린다.

 
 
매력 넘치는 아날로그적 음악과 풍경

윤이상 음악과 고리를 잇는 메인 공연은 남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메인 공연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린지 공연. 지난해 147개 팀 1350명이 참여했다. 공연 장소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다와 변함없이 서민들의 활기로 가득 찬 중앙시장을 따라 난 큰길, 그 길 한편에 만들어진 무대다.

도천 테마파크, 내죽도공원, 페스티벌하우스 프린지홀, 해저터널, 미륵산 정상에서도 공연은 펼쳐진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길을 바다 냄새를 맡으며 걷다보면 음악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길이 가게 되는 것, 그것이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의 맛이다. 이런 분위기 덕에 유모차를 끌고 마실 나오듯 들르는 가족 관객, 배낭과 팸플릿 하나 들고 걸으며 공연을 즐기는 젊은 배낭족이 유난히 많다.

옛 모습을 잘 간직한 소도시 통영의 아날로그적인 풍경과 ‘아날로그적 음악’ 클래식은 왠지 모르게 닮았다. 그래서일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날로그적 매력에 젖어드는데, 그것이 통영국제음악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지난해에는 ‘MUSIC+’라는 주제로 그림·영화 등 다양한 예술과 접목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의 전문성은 유지하되, ‘대중과 호흡하는 무대’로 점차 색을 다양하게 입히고 있다. 따라서 공연의 질도 담보되므로 어떤 공연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대중음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녹아든 프린지 공연을 각자 취향에 맞게 골라 보면 되지만 메인 공연인 현대음악은 미리 내용을 알고 가야만 문화적 소외감을 덜 느낄 수 있다. ‘걸으면서 클래식 음악 여행’을 즐기고픈 젊은 배낭족과 가족 관객에게 적극 권한다. 문의 www.timf.org 055-650-3463.

기자명 박종순 (경남도민일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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