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이삭이 늘어지기 시작하면 탐조 마니아들의 가슴도 덩달아 뛴다. 철새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신호이다. 지난해 신종플루로 취소돼 탐조객들을 애태웠던 서산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이 10월27~31일 천수만 간척지 일대(충남 서산시 부석면)에서 다시 열린다. 천수만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매년 철새가 300여 종이 날아든다. 개체 수도 풍부해 하루 평균 40만여 마리, 많을 때는 50만~60만 마리에 이를 때도 있다.

천수만이 이처럼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가 된 것은 1984년 간척 사업이 완료되면서부터이다. 과거 갯벌이었던 곳이 대규모 농경지(6400ha)로 바뀌면서 월동 조류가 겨울을 나는 신흥 서식지로 급부상했다. 벼를 한 배미, 두 배미 베기 시작할 즈음 가장 먼저 날아드는 것은 기러기다. 그 뒤를 가창오리, 흑두루미가 잇는다. 이 밖에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장다리물떼새, 대백로, 붉은부리갈매기, 큰고니 등이 천수만에 날아드는 대표 철새 10종으로 꼽힌다.

ⓒ뉴시스
천수만의 철새들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식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낙곡(땅에 떨어진 곡물의 낟알)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거 현대건설이 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낙곡이 많이 발생했는데 영농법의 변화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탐조 마니아로 소문난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고문 같은 이는 ‘농민들에게 종아리 맞을 각오를 하고’ 이런 한탄을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올해는 태풍이라도 불어 쓰러지는 벼가 많아졌으면….” 그렇다고 철새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는 행위는 금물이다. 이들의 자연적인 생존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철새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축제 기간, 탐조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의 탐조 포인트는 A지구 제3탐조대. 천수만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 코앞에 바로 물가와 논이 펼쳐져 흑두루미 등을 근접 관찰하는 데도 최상이라고 한다(흑두루미는 보통 종아리가 잠길 정도의 얕은 물에서 서식한다). 탐조 장비는 현장에 비치된 것을 이용해도 된다. 문의 seosanbird.com 041-669-7744.

기자명 김은남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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