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부터 한 달 동안 폭염의 도시, 섬유·패션의 도시, 보수의 도시 대구가 오페라에 빠져든다. ‘오페라, 문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는 프랑스, 러시아, 독일, 타이완,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한국 등 12개국 오페라단이 참가한다. 공연 횟수는 총 27회. 유료 관객 3만명을 목표로 한다. 7회 대회까지 관객 점유율이 82%였다는 통계를 감안한 수치다.

공연 작품도 다양해졌다. 푸치니·베르디 등 오페라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넘어섰다. 〈파우스트〉(대구시립오페라단과 축제조직위 합작), 〈예브게니 오네긴〉(러시아 미하일로프스키 국립극장 합작), 〈세비야의 이발사〉(타이완·말레이시아·일본·중국·필리핀·한국 등 아시아 합작:사진), 〈안드레아 셰니에〉(대구오페라하우스·서울시오페라단),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영남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대구오페라단) 등이다. 창작 오페라로는 〈심산 김창숙〉(로얄오페라단)이 무대에 오른다.

또 축제 개최 사상 처음으로 〈라 트라비아타〉의 중국 닝보 공연도 이뤄진다. 초청이 아닌 진출로, 명실상부한 국제화다. 여기에다 오페라 공연보다 더 재미있는 부대 공연이 이어진다. 하이라이트 연주 형식으로 펼쳐지는 콘서트 오페라 〈오텔로〉, 문학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 공연을 명사를 초청해 깊이 있게 해석해주는 오페라 클래스 ‘오페라, 문학을 만나다’ 행사도 진행된다.

 
유료 관객 비율 70% 웃돌아

13만6278명. 2003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7회를 치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보러 온 관람객 수다. 좌석 점유율 82%에 유료 관객 비율도 70%를 넘었다. 대구 사람만 오페라를 본 것이 아니다. 지난해 제7회 축제 기간 중 다른 지역 관객의 비율이 23%에 달했다. 평균 10% 넘는 관객이 서울과 부산 등 외지 사람이었다.

1회부터 7회까지 11개국 40여 개 단체가 65개 공연으로 123회의 무대를 펼쳤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갖가지 축제나 각종 행사가 4~5회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예산만 축내다가 좌절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방 축제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大)성공작이다.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오페라축제는 문화적인 면에서만 성공작이 아니다. 섬유산업의 침체 내지 정체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어 특징 없는 도시처럼 보이던 대구가 문화의 도시, 오페라의 도시라는 이름을 얻은 것. 더욱이 평가는 대구 안에서보다는 밖에서 더 후하다. 2006년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국고지원사업 평가 결과 음악 분야에서 1위, 공연 분야 전체에서 3위를 차지했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우수 등급을 받는 등 최고의 음악축제로 인정받았다.

오는 10월 대구에서 한 달간 이어질 오페라의 향기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것도 썩 괜찮은 가을맞이가 될 것 같다. 문의 www.diof.org 053-666-6111.

기자명 이동관 (매일신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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