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음력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단위 놀이가 꽤 많았다. 달집태우기, 달마중놀이, 고싸움, 줄다리기, 차전놀이, 횃불싸움, 쥐불놀이, 윷놀이…. 많은 놀이가 사라졌지만, 신통하게도 광주 남구 칠석동 돌마을에 가면 여러 정월대보름 놀이를 한꺼번에 보고 즐길 수 있다.

돌마을에서 가장 앞세우는 놀이는 고싸움놀이다. 전국에서 이 놀이를 즐기는 데가 흔치 않은 데다, 이 마을이 고싸움 전승 마을이기 때문이다. 고싸움놀이는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점차 사라지다가 1969년 가까스로 발굴·재현해 그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돌마을에서는 197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고싸움놀이를 정월 대보름마다 재현해왔다.

고싸움놀이의 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돌마을 구전에 의하면, 이곳의 터가 기가 센 와우상(臥牛像:황소가 쪼그려 앉은 상)이어서 그 기를 억누르려 고싸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과거 나주·장흥·강진 등지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희’로 즐긴 ‘고쌈’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실제로 고싸움은 줄다리기와 연관된 부분이 많다. 놀이를 통해 그해 농사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협동심을 배양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싸움이 더 악착스럽고 일사불란한 통제력을 앞세우지만, 협동심과 강한 의지력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줄다리기와 일맥상통한다.

 
고싸움놀이축제는 대개 정월 대보름 날 즈음에 열린다. 올해 축제도 지난 2월27일(음력 1월14일)부터 사흘간 칠석동 고싸움놀이 테마파크에서 열렸다. 행사는 다채로웠다. 칠석농악놀이와 타악 공연, 판소리 공연과 모둠북, 사물놀이 공연이 귀를 즐겁게 했다면 횃불행진·달집태우기·풍등 날리기 따위는 눈과 마음을 흥겹게 띄워주었다. 이 외에도 마당놀이 공연, 민요 공연, 강강술래 공연, 불꽃놀이 등이 줄을 이었다.

마을 농악도 선을 보였는데, 그 어느 농악보다 진지하고 즐거웠다. 돌마을 농악은 호남 우도 농악의 근간을 이루면서, 다른 지역 농악과 달리 당산·고싸움·마당밟기 놀이로 이어지는 진법이 다양해 농악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평소 합주를 듣고, 북청사자놀이 시연을 보며 직접 널뛰기와 고싸움놀이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대보름 음식 체험과 소원등 달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반긴 행사. 떡으로 만드는 세상, 다문화 아시아 음식 체험전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 고싸움놀이보존회 062-374-3839, 650-7539.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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