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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성장 요인은 다양하다. 위는 이스라엘 축제.

책좀 읽는 사람들은 서점에 서서 책 몇 페이지 넘겨보면 그 책이 월척인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창업국가〉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활로를 모색하는 사람들, 특히 국가 경영과 기업 경영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월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인데, 주제 자체는 식상하다. 세계 출판계에서 ‘경제성장의 비밀’ 운운하며 자주 소개되는 국가 명단에는 독일(서독)·일본·싱가포르·중국·아일랜드·네덜란드·핀란드와 함께 한국도 상위 순번에 올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까지 사회주의권과 제3세계 국가에서는 북한도 모범 국가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과 남한을 잘 아는 우리는, 저자의 의도와 시각에 따라 같은 나라가 미래가 창창한 나라로 비칠 수도 있고 암울하고 혐오스러운 나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제목에서부터 이스라엘을 찬양하는 이 책을 곱게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많은 한국 식자에게 이스라엘의 경제적 성공 비밀은 자명한 것이다. 그것은 유대인 언론 재벌 및 로비 집단에 휘둘리는 슈퍼파워 미국의 후견과 편애요, 전 세계 유대인의 재력과 끼리끼리 상부상조하는 관계망이다. 인구가 세계 인구의 0.2% 수준임에도 노벨상의 22%를 차지하는 유대인의 두뇌도 빠질 수 없다.

이스라엘 군대만의 독특함

그러나 이 책은 이스라엘의 창의와 활력의 ‘내적 요인’을 주로 짚어낸다. 그것은 첫째, 소통과 융합이다. 상하 간 위계(계급)의 벽, 전문 영역의 벽(경계), 존칭어의 부재 등이 그 징표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 군의 조직문화와 그 경제·사회적 역할을 많이 소개하는데, 그것은 그 어떤 나라와 군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휘관에 대한 존칭어, 거수경례, 부동자세가 없단다. 이스라엘 군인은 계급장이 아닌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따라 역할이 결정된다고 한다. 당연히 제대로 못하는 상관이 쫓겨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둘째, 그것이 군 작전이든 사업이든 행하고 난 이후의 철저한 평가와 반성이다. 외형적 성공이나 실패에 현혹되지 않는다. 외형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작전도 그 과정을 추적하여, 매 순간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했는지 캐묻고, 필요하면 가차 없이 문책한다.

셋째, 학연·혈연·군대 및 예비군 인연 따위가 그물망처럼 얽혀서 ‘모두가 서로를 아는 사회(높은 투명사회)’에서 기인하는 낮은 거래 비용이다. 이는 작은 나라인 데다가 긴 의무복무제(남자 3년, 여자 2년)와 강력한 예비군제에 크게 힘입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적대적 국가들에게 둘러싸여 바다나 하늘을 통하지 않으면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지정학적 여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연 자원, 좁은 국토 등 한국도 공유하는 열악한 환경을 성공의 조건으로 만든 예는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이 이스라엘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진보 세력은 이스라엘 뒤에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 군홧발에 짓밟히는 팔레스타인만 보며 분개한다. 보수는 이스라엘을 성지순례지나 복음화(기독교화)의 종착지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배울 게 정말 많은 나라인데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 진보 지식인들에게 제시된 미래 한국의 경제사회 모델은 거칠게 말하면 ‘작은 미국(small America)’과 ‘큰 스웨덴(big Sweden)’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쩌면 ‘큰 이스라엘’이야말로 한국이 가장 진지하게 연구해야 할 모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아온 고질병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해소했는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해보려고 한다. 사회주의·집단주의 전통과 발전국가적 유산이 많은 나라에서 토지·주택 문제와 공공부문 및 각종 규제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폭증하는 이민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복지 수요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 참고할 지점이 많다.

기자명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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