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국세청 내 힘은 단연 이현동 청장 내정자(54·경북 청도)에게 쏠렸다. 이현동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에 파견 나갔다가 서울청 조사3국장으로 돌아온다. 다시 한 달 만에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갔다가 3개월 만에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승진한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영전한다. 6개월 만에 국세청 차장으로 갔다가 11개월 만에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엘리베이터 승진이다. 국세청장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이현동 후보자를 승진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없을 정도 고속 승진을 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청장 임명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그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청와대 김명식 인사비서관과는 동향에 막역한 사이다. 김 비서관은 ‘박영준 라인’으로 분류되는 핵심 인물. 이 내정자는 자연스레 박영준 차관, 이상득 의원과 연결된다. 국세청 한 고위 관계자는 “‘형님 라인’인 이현동씨가 국세청장이 된다는 것은 정권이 출범하자 나왔다. 한상률 청장 문제나 안원구 국장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현동 청장과의 역학 관계에서 나온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8월26일 청문회의 쟁점은 안원구 전 국장과 미국으로 도피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문제로 모아진다. 특히 구속된 안 전 국장은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문서를 봤다는 이유 등으로 내부감찰을 당하고 구속에까지 이르렀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이현동 내정자가 안 전 국장에 대한 감찰을 주도했다는 녹취록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상률 전 청장이 가지고 있는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X파일 그리고 그가 귀국하지 못하는 이유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안 전 국장만은 절대 안 된다”라면서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이 청장 내정자는 위장전입을 했고, 석사논문 표절 의혹이 있다. 부친의 재산 고지는 거부했다. 그리고 2007년 11월 질병으로 인해 병역면제를 받은 아들(21)이 있다. 또 장녀(24)는 총 4600여 만원의 예금을 보유했다. 직계 존비속 간에는 3000만원 이상(10년간)의 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관련 세금을 낸 기록은 없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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