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소셜 웹 서비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과거 블로그 열풍을 일으킨 Blogger.com의 창업자는 누구일까? 바로 에번 윌리엄스이다. 그가 1996년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웹 2.0’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기술 관련 콘퍼런스와 책 출판 등을 선도한 오레일리 미디어였다. 오레일리에서 처음에는 마케팅을 담당했지만 오래지 않아 독립계약자로서 코딩도 하고, 동시에 프리랜서로 인텔·HP 등에서 일했던 윌리엄스는 멕 휴리한과 함께 피라랩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피라랩스를 설립할 때 이들이 구상한 사업은 웹에서 동작하는 개인 정보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기업에 서비스하는 것이었다.  이 서비스의 이름이 피라(Pyra)였는데, 솔루션을 개발하다보니 개인들의 노트를 관리하기 위한 기능을 개인 미디어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본 프로젝트에서 떼어내 Blogger. com이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냈다. Blogger.com은 세계에서 최초로 블로그 작성과 발행 및 관리가 가능한 웹 애플리케이션이었는데, 1999년 8월 일반에 공개됐다. 그러나 수익 모델이 없어서 회사 자금은 바닥이 나고, 직원 급여가 밀리자 공동 창업자 멕 휴리한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살 길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그래서 Blogger.com은 에번 윌리엄스 혼자 운영하는 회사가 되었다.

‘창업자의 피’가 끓는 에번 윌리엄스

ⓒAP Photo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에번 윌리엄스에게 투자한 곳이 바로 트렐릭스이다. 트렐릭스 창업자 댄 브리클린은 Blogger.com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광고 모델이 가능한 블로그스팟(Blogspot)과 좀 더 다양한 기능 및 저장 공간 등을 제공하는 Blogger Pro 모델 등을 만들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2003년 구글이 피라랩스를 합병하고, Blogger.com을 만들어낸 에번 윌리엄스를 포함한 직원들을 고용했다. 이후 Blogger.com이 승승장구하면서 에번 윌리엄스와 Blogger.com의 주 개발자 멕 휴리한·폴 바우시는 블로그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 PC매거진 선정 ‘올해의 인물’에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창업자의 피가 끓는 에번 윌리엄스가 구글과 같은 커다란 회사의 직원으로 남아 있을 리 없었다. 2004년 구글과의 옵션 계약기간이 끝나자 윌리엄스는 미련 없이 구글을 떠나 트위터의 전신이 되는 ‘오데오’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2006년 이 회사를 현재 트위터 공동 창업자 비즈 스턴·잭 도시 등과 함께 오비어스라는 회사에 흡수 합병시켰다. 원래 오데오는 팟캐스팅(Podcasting) 관련 플랫폼을 만들던 회사였으나, 오데오의 사업은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다.

초창기 계획이 난항을 겪으면서 세 창업자는 사기가 점점 떨어진다. 그때 이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 자유로운 생각과 시간을 갖자고 합의한다. 이때 잭 도시와 비즈 스턴은 2주 정도의 시간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데모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트위터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트위터가 재미있지만 유용하지 않고 쓸 데가 없어서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마다 에번 윌리엄스는 “아이스크림도 별로 유용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는데, 이후 이 대답은 유명한 말이 되었다. 트위터가 처음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SXSW 2007이라는 미국 서부·남부 지역 중심의 꽤 중요한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행사에서였다. 몇몇 사람이 좋은 세션의 내용을 요약해서 트위팅하고, 그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이 도구가 많은 사람에게도 유용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에번 윌리엄스는 전형적인 창업자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 프로젝트를 고집하지 않았다. Blogger.com도 그렇고 트위터도 그렇지만 원래 회사를 설립할 때 하려고 했던 프로젝트가 아니라, 중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사업들이 성공했다. 이 같은 과정은 새롭게 창업하고 사업을 진행하려는 많은 스타트업 회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하고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기술 축적보다 중요한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기자명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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