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 검찰 수사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김경준일까. 에리카 김일까. 정동영 후보나 범여권일까. 아니다. 닭이다. BBK와 알파벳이 유사한 BBQ 치킨의 매상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BBK 논란으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표현 대신
‘정치적 희생닭’이라고 쓰고,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었다’ 대신
‘계부지리(鷄夫之利)를 얻었다’라고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최근 BBK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 달에 10만여 마리의 치킨을 팔던 이 회사의 매출은 최근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16%나 올랐다고 한다. 추론하자면, 1만6000마리의 닭이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때문에 좀더 일찍 제물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부 기자들이 술자리에서 BBQ 치킨 이야기를 하면서 담합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다. 앞으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표현 대신 ‘정치적 희생닭’이라고 하고,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었다’라고 쓰지 않고 ‘계부지리(鷄夫之利)를 얻었다’라고 쓰기로. 믿거나 말거나.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선의 부스러기를 줍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BBQ 치킨의 성공 사례를 보고 착안한 것인지, ‘국중당’이 끝내 뜨지 못하고 이회창 후보가 합류한 것에 실망한 것인지, ‘백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에 낙담한 것인지, 백세주를 제조하는 주류업체 국순당은 ‘열둘보다 나은 둘도 있소’라는 광고를 냈다. 

국순당은 “뽑아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뽑고 싶은 사람이 없고, 고만고만한 열둘보다, 둘이라도 서로가 전혀 다른 맛과 개성을 지닌 국순당 후보들은 어떻소? 백세주는 부드러워서 좋고, 백세주 ‘담’은 담백해서 좋으니 좋은 술의 선택은 더 쉬울 것이오”라고 광고했다. 당연히 이 광고에 대해서 시비가 붙었다. ‘열둘’은 기호 12번인 이회창 후보를, ‘둘’은 기호 2번인 이명박 후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광고에 분개한 이회창 후보 측에서는 “〈국순당〉에 대해 고발 조처하자는 의견이 개진돼 검토 중이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국순당 측에서는 “배중호 사장은 연세대를 졸업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줄서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대선 광고와 관련해서도 시비가 붙었다. 2002년에 ‘자갈치 아지매’가 화제가 되었듯 이번 대선에서는 ‘국밥 할매’가 화제였는데, 이 광고에서 말썽이 생긴 것. 광고 속에 욕쟁이 할머니로 나오는 사람이 실제로는 국밥집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대통합민주신당은 분개했다. 그리고 ‘국밥 할매’의 진실을 밝히는 성명을 냈다. 그 할머니가 압구정동에서 떡볶이를 파는데 한 그릇에 1만원이고, 심지어 가리비 떡볶이는 한 그릇에 3만원이나 된다고 ‘폭로’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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