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용산참사 항소심 선고공판 전 날,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어머니 전재숙씨는 아들을 위해 ‘금식기도’를 했다. 아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밖에서 있는 사람이 할 일이 뭐 있겠어. 밥이라도 굶고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실까 싶어서…” 입정을 기다리며 법정 문밖을 서성이는 전씨의 몸무게는 채 40kg이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전씨의 남편인 이상림씨는 용산참사로 숨졌고, 막내아들인 이씨는 아버지를 포함해 경찰관 1명 등을 숨지게 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의 아내 정영신씨는 전날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용산참사가 ‘극적 타결’되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여전히 남편은 손이 닿을 수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 정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의 면회를 간다. 두 사람에게 허락되는 시간은 고작 10분이지만, 정씨에게 그 10분은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정씨는 재판 전 “그래도… 좋은 일이 있겠죠”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아내 정씨의 얼굴을 찾아 싱긋 웃어주던 이씨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5년을 선고 받고도 담담했다. 경위들이 가로 막고 선 사이로 두 사람의 손이 마주 뻗었지만 닿지 못했다. 이씨는 아내 정씨에게 “울지마”라고 입모양을 내고는 돌아서 들어갔다. 아내 정씨는 결국 재판정에 엎어져 통곡했다. 어머니 전재숙씨 역시 “이게 무슨 재판이냐. 내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단 말이냐”라고 울부짖었다.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며 순식간에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이충연 위원장의 가족들과 함께 방청석에 앉아 어머니 전씨의 손을 잡아 주고, 등을 쓸어 주던 사람은 지난 355일을 함께 길거리에서 싸워왔던 다른 유족들이었다.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씨는 “아직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마냥 손 놓고 있다”라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이날 함께 하지 못한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는 몸이 아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 수면제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여전히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유가협(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이 뭔지,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 뭔지도 몰랐던 이씨의 어머니 전재숙씨는 요즘 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아들이 구속되고, 남편이 죽은 전씨에게 유가협과 민가협 어머니들은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 재판이 끝난 이후 한참을 소리 내어 서럽게 울던 정영신씨는 남편을 만나러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아직 다 끝난 거 아니잖아요. 잘 될거예요. 남편 얼굴 보고 또 힘내야죠” 사람들에겐 이미 끝난 일로 기억되고 있는 용산참사지만, 유족들에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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