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수영 스타’는 없었다. 40~50대에게 수영 스타라고 하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선수를 떠올리거나, 30대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선수를 떠올리는 정도였다. 아시아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빈약한 선수층과 체격 조건의 차이 때문에 세계 대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
2007년은 달랐다. 수영 하면 ‘마린 보이 박태환’을 떠올린다. 1989년생인 이 18세 선수는 지난 3월25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서 막판 스퍼트를 올려 4위에서 1위로 올라서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자신으로서도 어릴 적 우상이었던 그랜트 해켓 선수를 제친 쾌거였다. 게다가 그로부터 이틀 후에 박태환 선수는 자유형 2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12월 현재, 세계수영연맹(www.fina.org)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태환 선수는 세계 톱 랭커이다. 쇼트 코스(25m) 기준으로 200m 자유형에서 세계랭킹 1위, 400m 자유형과 1500m 자유형에서 세계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롱 코스(50m) 기준으로 하면, 200m 자유형에서 4위, 400m 자유형에서 1위, 1500m 자유형에서 8위를 차지했다.
‘세계 수영계의 기린아’ 박태환 선수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04년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그는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로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국제수영대회는 단 한번의 스타트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데(원 스타트 룰), 올림픽에서 그는 심판의 준비 구령에 얼떨결에 스타트해 실격했다.
김연아 선수도 '10대 파워' 드러내
2004년의 실패가 오히려 약이 되었을까. 2005년부터 그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2005년에만도 한국 신기록 여섯 개를 세웠고,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다. 한국 선수로 수영 3관왕에 오른 것은 1982년 최윤희 선수가 이룬 이후 24년 만의 일이었다.
박태환 선수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세계 랭커’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게다가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다. 수영에는 34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박태환 선수와 마지막까지 경합한 스포츠 스타가 있었다. 그보다 한 살 어린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이다. 10대라는 나이, 선수층이 얇은 비인기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김연아 선수는 박태환 선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 12월9일 한국갤럽이 만 19세 이상 남녀 1071명을 상대로 한 ‘올해 한국을 빛낸 스포츠 선수’를 조사한 결과, 김연아 선수(52.0%)와 박태환 선수(45.4%)가 1, 2위를 차지했다. 김연아 선수는 남녀노소 전 계층에서 한결같은 지지를 받았고, 박태환 선수는 20대 여성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2007년 스포츠, 오누이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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