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견기업이 특정 시중은행을 가리켜 ‘지나친 상환 독촉으로 중소기업을 죽인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중소, 중견 기업의 경우 은행이 거의 유일한 자금줄이란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환경업체인 ‘경윤하이드로에너지(대기오염 방지시설, 신재생에너지 등)’는 최근 언론사 보도자료 등을 통해 외환은행의 무리한 상환 독촉으로 회사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8월, 비상장 기업이었던 경윤엔지니어링과 코스닥 상장업체인 (주)삼우(피혁제품 수출)가 합병해서 설립되었다. 새롭게 설립된 법인(경윤하이드로에너지)은 자연스럽게 합병 이전 경윤엔지니어링과 삼우의 자본 및 부채를 승계 받았다.

합병 이전의 경윤엔지니어링이 민간 소각로 부문에서 업계 1위 기업이었다면, 삼우 역시 수출실적 5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는 피혁업체였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중견 기업들이었던 만큼 ‘합병’은 여러 시너지 효과를 낳으며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합병 직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며 금융경색 국면이 오자, 합병 이전의 삼우가 안고 있던 금융부채 180억 원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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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합병 법인인 경윤하이드로에너지는 채무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감면하는 조건의 워크아웃을 추진해서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신한-우리-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과 △ 2011년 6월까지 채무상환 유예 △ 이자율 감면 등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 중 외환은행은 이런 워크아웃 조건에 반대하면서 채권회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합병 이전의 (주)삼우와 이 기업의 베트남 현지 법인에 각각 18억원, 22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상환 유예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측은 합병 법인인 경윤하이드로에너지의 예금계좌에 20억원 규모의 가압류 및 청구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그리고 베트남 현지법인에 대한 합병 이전 삼우의 보증채무 건으로 다시 10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걸었다.

이와 관련, 경윤하이드로에너지 측은 시중은행 측과 문제가 발생하는 것 자체로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져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이주환 경영전략실 부장은 “(외환은행 측과의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활동이 1년여 동안 마비되었다”고 말했다.

“경윤의 주요 사업은 플랜트 제조설비인데 이엔 보증서 발급이 필수적이다. 이게 끊어지면서 경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합병 이전 연간 150억 원대에 이르던 매출액이 2009년엔 50억 원 수준에 그치게 되었다.” 경윤 측 입장을 요약하면, 지금까지 △ 경영 △ 금융기관 거래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고, 미래 잠재력도 높게 평가되어 왔으나 세계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그런데 외환은행 측은 고객 기업이나 다른 채권단과 상생을 고민하지 않고 자사의 대출금 상환만 편집증적으로 좇아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경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은행의 ‘오너’가 ‘해외 투기자본’으로 불리는 론스타이기 때문에, 영업 행태도 비공익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중소기업의 생사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원금회수 일변도만 고집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라는 (외환은행의) 지배구조와 은행 공공성에 무관심한 행태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시중은행 중 외국자본이 다수 지분뿐 아니라 경영권까지 장악하고 있는 은행은 외환은행(전체 지분 중 론스타 지분율이 51.2%)과 제일은행(영국계 은행인 스탠더드 차타드의 지분율이 100%), 두 곳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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