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지지율이 50%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막대한 재정지출이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 정부가 늘린 국가채무는 공식적인 것만 따져도 무려 68조원에 이른다. GDP(900여 조원)의 7%를 넘는 규모다.

그런데 실질적인 국가채무 증가폭은 68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지 않게 확대된 재정지출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지출 증가, 공공 부문의 채무에 대한 정부 보증 등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가 늘린 국가채무 규모는 최소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 지지율 회복의 비결은 ‘빚’인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금융위기가 빚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인 착시현상 때문이었다는 점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민 사이에서 예산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과도하게 늘어난 국가채무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채무의 위험성은 당장 체감하기는 힘들다. 국가 빚이 GDP의 230%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채무정부인 일본도 국민이 이제야(?) 정권을 교체했다.
 

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진짜 이유는 ‘진정한 예산싸움’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예산 규모가 계속 증가해왔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싸움은 늘어나는 ‘파이’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대규모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세수와 정부 지출도 줄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4대강 예산’이라는 핵폭탄이 기다린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했던 경부고속철도 예산이 20여 년 동안 18조4000억원(당초 5조원) 정도였다. 이에 비해 4대강 예산은 4년간 22조2000억원이다. 결국 한나라당에서까지 4대강 예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더 많이 얻기 위한 싸움’보다 ‘더 빼앗기지 않으려는 싸움’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회복 비결은 ‘빚’

이에 더해 정부의 실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정부에는 본예산 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실탄(돈)이 있다. 세계잉여금(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 각종 연기금의 여유 재원(현재 운용하지 않는 자금) 등이다. 정부는 또한 ‘공기업 및 정부 관련 기관의 예산’을 활용해서 필요한 사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중 세계잉여금은 대규모 감세 때문에 2007년 16조원에서 현재 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 중에서도 정부가 실탄으로 쓸 수 있는 돈은 2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예산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최근 4대강 예산 22조원 가운데 8조원을 수자원공사로 떠넘긴 것이 좋은 사례다. 이 때문에 실제로 공기업 부채의 경우 노무현 정부 5년과 이명박 정부 1년(2008년)의 증가 규모가 비슷할 정도이다. 

이처럼 공기업 상황이 심각해지면 남는 실탄은 결국 연기금의 여유 재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지막 남은 이 자금에마저 손을 뻗고 있다. 지난 7월에 나온 녹색성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기금의 사회기반시설 투자(결국 정부사업)를 촉진할 계획이다. 바야흐로 미래의 실탄마저 사용하려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라고 익살을 떤 바 있다. 이런 거짓말 안에는 한국의 2010년 예산안도 포함될 것 같다.
 

수자원공사 국감에서 김건호 사장(왼쪽)과 부사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거짓말을 살펴보자. 정부에 따르면 2010년 총지출은 2009년에 비해 2.5% 증가한다. 그런데 이는 2008년 가을 세계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책정된 2009년 본예산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실질적으로 사용된 예산(본예산+수정안+추경안)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2009년보다 3.3% 감소한다. 사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숫자로 장난친 이유는 지출이 줄어든다는 발표가 경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 듯하다. 그러나 이런 왜곡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한편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경우 GDP 대비 평균 국가채무의 비율은 1995년 70.2%에서 2006년 77.1%로 소폭 증가했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일본은 87%에서 179%로, 한국은 5.5%에서 27.7%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일본은 230%를 넘어섰다는 보고서까지 나온다. 재정개혁을 부르짖은 하토야마 총리도 또다시 채무확대 이야기를 꺼내 논란이 이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IMF 외환위기로 인한 공적자금과 통화안정을 위한 외평채의 꾸준한 증가에 있다. 하지만 2007년과 2008년에 공적자금의 국채전환이 종료되었고, 세계잉여금 수십조원 때문에 국가채무가 잠시 낮아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세계잉여금 등이 오히려 크게 줄어들면서 다시 채무가 급증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도 올해만 58조원이 증가하고 앞으로도 4년간 127조원의 증가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 기준마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는 사실이다.

한편 예산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이 복지예산이다. 정부 측에서는 예산 중 복지의 비중이 제일 크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복지 예산에는 공적연금(국민·공무원·군인·사학), 보육 예산, 노동, 주택은 물론 보훈 예산까지 포함되어 있다. 실제 전체 81조원(2010년 예산) 중에서 복지부 예산은 31조원이며 이 중에서도 국민연금 등 기금을 제외하면 겨우 19조원이다. 이 19조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예산이 7조2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복지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적연금으로 25조원에 달한다.

또한 내년 복지 예산 증가분 중에서도 국민연금 지급액(1.5조), 공무원?사학?군인연금(0.7조), 기초노령연금(1.3조) 등 제도적 증가분(노령층 증가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지출액)이 3조원 규모이다. 그리고 보금자리주택 융자금이 2.6조원이다. 또한 내년 복지 예산 증가분은 물가인상률이나 자연증가분도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오히려 5조원 넘게 복지 예산이 감소되었다고 추정된다.

 

 

아라뱃길(경인운하) 공사 현장 전시관에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공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진보 세력이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나라

 

진보 세력이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나라

 

진보 세력이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나라

 

최근 정부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5년간 지방재정이 30조원 감소한다고 한다. 감세는 중앙보다 지방이 더 취약하다. 중앙은 국채라도 발행할 수 있지만 지방정부는 지방채 발행으로 예산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중앙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종부세가 유명무실하게 되어 지방재정은 10조원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 더욱이 이 세수 감소는 모든 지역에 균등하게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 여건이 어려운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세인 지방소비세로 이양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오히려 지역별 불균형을 더욱 깊게 한다는 반론이 많다. 따라서 더욱 열악해진 지방재정이 지역에서 그나마 있던 안전망을 얼마나 악화시키는지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당시 사실상의 두뇌집단 구실을 한 진보정책연구소(CAP)는 보고서에서 예산을 과거 예산, 현재 예산, 미래 예산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과거 예산이란 재정적자로 인한 부채 등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출이고, 현재 예산은 국방비·공무원 인건비·사회보장비 등 현재의 소모성 지출을, 미래 예산은 교육과 직업훈련·연구개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떨까? 아무래도 교육과 직업훈련에서는 조직의 유지 및 관리 등 현재 예산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연구개발도 우주항공·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인 경우가 많다. 내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가 무려 6조원이나 감소했다고 하니, 아마도 약한 중소기업 예산은 대폭 감소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히 미래에 투자하는가, 아니면 현상유지에 급급해 미래에 짐을 떠넘기는가 하는 것이 이번 예산심의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2008년과 2009년은 위기를 이유로 예산 관련 법률과 제도가 무력해졌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진보개혁 세력이 주장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회의원들은 예산 문제로 날밤을 새우지만 국회의 최근 예산수정률은 고작 0.2%대이다. 예산심의라는 국회의 본원적 기능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은 ‘우리 돈’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보장해주니까…”

한국수자원공사의 비상임이사들은 9월28일 열린 제215차 이사회에서 ‘국가 차원에서 최선’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4대강살리기사업 시행계획’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사IN〉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계현 이사 “이번 이사회가 처음이 아니었고 세 번째다. 그전에는 우리도 반대가 많았다(수공의 재무구조로 볼 때). 그런데 그 후에 국가에서 수익사업을 해서 수익이 보장되면 원금 확보가 되니까…. 그래도 수익이 안 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장이 되느냐 했더니, 정부에서 보장해주니까 그 정도라면 국가 시책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찬성했다.”
김학렬 이사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정부에서 검증을 통해서 사업하기로 이미 공포하고 진행을 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소요되고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했고, 그래서 정부안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부고속도로를 착공할 때 전직 대통령들도 반대했는데, 지금도 반대하는지 묻고 싶다.”

김연철 이사 “찬성했다. 원래 소신이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4대강 정비사업은 필요하다. 비용 상환을 못하는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다 조처를 취해준다고 들었다. 금융비용도 정부가 내준다고 들었다. 빚 갚을 수 있는 조처가 있다고 들었다.”
송병대 이사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안다. 수공 사장의 설명을 듣고 찬성했다. 대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대로 수긍해서…. 내가 따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명 정창수(함께하는시민행동 전 예산감시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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