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3월28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선거는 공학이 아니다. 그러나 귀납적인 추론에 따라, 정치권에는 선거와 관련된 여러 ‘정설’이 존재했다. 그동안 선거 ‘경향성’을 압축한 일종의 법칙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통념들이다. “여촌야도(與村野都), 시골은 여당(국민의힘계 정당)을 지지하고 도시는 야당(민주당계 정당)을 지지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보수화한다.” “전체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에 유리하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이러한 법칙은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역구 선거에서는 ‘인구’에 기반을 두고 선거구를 획정한다. ‘정설·법칙·통념’의 근간이 되는 인구라는 조건이 201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꾸준히 우상향하며 늘던 총인구는 2021년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젊은 유권자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로 압축되는 인구의 사회적 이동도 개별 선거구의 정치적 구도를 뒤흔든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인구·자산 데이터를 분석하며 달라진 선거 환경을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이제까지 정치권에서 믿어온 ‘정설’이 흔들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존 통념을 다시 고민해봐야 시점에 이르렀다.

3월28일 서울 광진구 신성시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3월28일 서울 광진구 신성시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 정치 중심에 선 50~64세 인구

먼저 인구의 세대 구성비가 달라졌다.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50~64세 인구의 증가’이다. 제19대 총선이 있었던 2012년, 당시 전체 인구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1.8%에 그쳤고, 이 중 ‘50~64세’ 구간도 20%를 겨우 넘었다. 그러나 2023년 12월 기준, ‘50~64세’ 인구는 전체 인구의 25.16%로 늘었고, 65세 이상 인구도 18.96%를 차지하고 있다. 유권자 규모(만 18세 이상)만 놓고 보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50세가 넘는다(〈그림 1〉 참조).

50세 이상 유권자가 늘어난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이 연령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50~64세 인구 구간’에는 이제 막 은퇴하기 시작한 ‘86세대’부터 ‘X세대’ 일부까지 포함된다. 인구수가 많고, 윗세대(65세 이상)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으며, 정보 습득 경험도 폭넓다. 투표율도 2030 세대에 비해 높아 한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세대(50~64세 인구 구간)의 정치적 의사가 특별한 방향성을 가질 경우, 이는 선거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과거의 통념과 다른 지점이 발견된다. ‘나이가 들수록, 중·장년에 접어들수록 사람들은 보수화한다’는 믿음이다. 통념과 달리 2024년 현재 이들 인구 구간의 정당 지지도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야당에 대한 선호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2024년 3월19~21일)와 제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 여론조사(주간 조사 합산 데이터)를 비교해서 살펴보자(자세한 데이터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조사에서 50대 응답자들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37%, 국민의힘 30%, 조국혁신당 16%였다.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그림 2〉 참조). 하지만 12년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낯설었다. 2012년 3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 응답자들의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3%, 민주통합당 22%, 통합진보당 2%였다. 당시만 해도 ‘보수정당의 든든한 기반’이었던 50대 유권자들이 이제는 야당의 우군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나이를 먹어도 보수화되지 않는’ 낯선 유권자 그룹을 마주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은 여당에 악재로 작동한다. 여전히 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 연령 구간만으로는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아군으로 포섭하지 못한 ‘50~64세’ 인구의 수가 너무 많다.

이 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 정치 구호는 인구 구성비라는 정치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부른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86 운동권’을 전체 유권자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고립시키려는 대상의 ‘세대 정체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2021년 5월 KBS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세대인식 집중조사’에 따르면, 50대 응답자 600명은 “자신을 ‘586’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6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50대 응답자의 대학 재학 이상 학력 비율은 36.8%에 불과했지만, 대학 경험과 관계없이 50대 응답자 다수가 ‘86세대(80년대 학번, 1960년대생)’라는 정체성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었다. 한동훈 위원장의 전략은 특정 세대의 소수 정치 엘리트를 배제하는 것이었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인구 집단의 반발을 불러올 만한 접근이었다.

■ 2030 세대는 스윙보터가 될 수 있나?

청년층 유권자의 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미혼·비혼 비중이 큰 20~34세 인구의 감소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보다 어린 미성년 인구(0~19세)의 감소 폭이 이미 크기 때문이다.

야권 처지에서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우군’인 청년 인구의 감소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을 ‘진짜 야권의 우군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2022년 제20대 대선 때부터 ‘젊은 보수 유권자’가 집계되기 시작했고,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당층 유권자가 20대 사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그림 2〉)를 살펴보자. 18~29세 응답자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29%, 국민의힘 16%, 개혁신당 6%, 무당층 41%로 집계된다. 30대 응답자는 민주당 33%, 국민의힘 27%,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6%, 무당층 26%다. 2030 세대의 민주당 지지도는 40대(44%)나 50대(37%) 응답자에 못 미친다. 조국혁신당 지지율도 40대(10%), 50대(16%), 60대(10%)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현 야권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나 지지 성향이 윗세대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이들 인구 집단에서는 무당층의 비중이 높다. ‘젊으면 상대적으로 야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청년 인구의 상당수는 정치적 의사를 분명하게 표출하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실망감이 특정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2030 세대에서도 적극적 투표층(무당층 제외)은 야당 지지도가 높지만, 선거 구도나 분위기에 따라 무당층의 투표율이 올라갈 경우, 이들 세대가 ‘의외의 스윙보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젊은 인구의 지역 쏠림 여파

전국 평균 인구 구성비와 특정 선거구의 인구 구성비는 다르다. 〈그림 3〉은 2024년 1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전국·비수도권·수도권·서울·경기도의 인구 구성비 차이를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수도권과 경기도의 차이다. 비수도권은 은퇴 고령층(65세 이상) 비율이 21.34%에 달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다. 반면 경기도에서는 미성년(0~19세) 인구와 35~49세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세대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인구 구성비만 놓고 볼 때, 국민의힘이 경기도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는 특정 지역에 몰려 사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20~34세 인구가 서울에 많다고 집계되지만, 이들 미혼·비혼 인구들은 관악갑(36.07%), 관악을(31.03%), 광진을(29.62%), 영등포갑(28.95%) 선거구에 몰리는 식이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35~49세 인구 구간도 마찬가지다. 경기 화성을(33.12%), 화성정(29.11%), 인천 연수을(28.98%) 지역은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거, 교육(학군), 보육, 통근·통학 등 특정한 조건에 따라 20~49세 인구들이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정 선거구’를 제외하면 그 외 지역에서는 50대 이상 인구의 비율이 더 커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50대 이상 인구가 50%를 넘는 서울 강북갑·도봉을 지역이다.

전국의 젊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도 특정 지역으로 쏠린다. 경기 화성시나 인천 연수구(송도)처럼 ‘젊은 인구의 유입’이라는 수혜를 누리는 지역도 있지만, 전체 선거구 개수로 놓고 보면 소수에 불과하다. 젊은 층의 특정 지역 쏠림현상 때문에 대다수 선거구는 시도 평균보다 더 고령화된 인구구성을 보인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50~64세 인구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 강화된다.

■ 인구이동과 지역주의

‘표밭’이 인구의 사회적 이동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을까? 유권자 중위연령이 높은 선거구가 단기간에 청년 인구를 대폭 확보하거나, 젊은 유권자가 많은 선거구가 갑자기 고령층 위주로 바뀌는 것도 가능할까? 도시의 미래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변화의 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인구가 이동하는 ‘절대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전입·전출은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 해 전출입량은 약 820만 건에서 약 710만 건으로 천천히 감소했다. 관내(같은 동네로), 관외(다른 동네로) 이동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그런데 이 ‘이동 건수’는 2020년(약 770만 건)에서 2021년(약 720만 건)까지 2년간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집이 중요해진 팬데믹 기간이라는 특수성, 이 기간에 급격히 형성된 부동산 거품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년간 ‘반짝효과’ 이후, 2022~2023년에는 연간 이동 건수가 약 610만 건으로 떨어졌다. 감소 추세가 더 가팔라진 셈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상대적으로 이동이 잦다. 청년 인구 감소의 여파로 이동이 줄었고, 감소한 이동량은 특정 선거구의 인구구성 변화도 지체시킨다. 개별 선거구의 역동성이 떨어질 우려가 남는다.

인구구성 변화, 이동 감소 등은 지역주의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인구가 출산율 감소, 수도권 이주 등으로 지역에서 줄어들고 있어서다. 2016년 제19대 총선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사례가 재현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림 4〉는 대구 수성갑 선거구의 인구 구성비 변화를 그렸다. 김부겸 전 총리가 당선된 2016년 당시, 이 지역은 ‘학부모가 많이 사는 동네’의 특성을 보여준다. 미성년 인구(24.37%)와 그들의 부모 세대인 35~49세 인구(26.40%)의 비중이 컸다. 50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약 3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7년 사이, 수성구 인구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35~49세가 주축이던 선거구는 50~64세 인구가 25.49%를 차지하는 ‘고령화 선거구’로 변모했다. 65세 이상 인구도 15.43%로 늘었다. 반면 미성년 자녀와 그들의 부모 세대인 35~49세 인구의 비중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역주의를 돌파하는 핵심 동력은 과거 인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젊은 세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런 동력을 가진 인구는 줄고 있다.

특정 지역의 특정 정당 지지 성향은 서울 안에서도 쉬이 돌파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뒤에는 지역 간 자산 격차가 고착화되어 인구의 지역 간 이동이 더욱 어려워진다. 선거구 내 인구 변동성이 떨어질수록, 해당 선거구의 정치적 변화 역시 약해지고 ‘개인기’로 돌파하던 사례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제20대 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당선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주택 지역인 양천을 선거구에서 3선(제18~20대)에 성공한 김용태 전 의원과 같은 사례는 더욱 드물어진다.

인구 구성비의 변화는 제22대 총선 이후에도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후 변화는 지금의 추세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 재획정 때마다 우리는 그런 변화를 간접적으로 느낀다. 인구와 지역 불균형 문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한국 정치에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더 나이가 많은 유권자의 목소리가 강하게 담길 것이다.

기자명 김동인·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