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하위 20% 결정 감당하기 어려워… 그러나 당의 결정 따르는 게 원칙적인 자세”
“경선에서는 경쟁자지만 총선에서는 ‘원팀’… 김준혁 선대위 상임고문 자원해”
“‘친명’과 ‘비명’ 같은 분류 더 이상 하지 말아야, 당에 절대 도움 되지 않아”
“분위기로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 가능, 투표율 높으면 민주당에 도움”
“윤석열, 민주주의 쟁취하고 정착시킨 국민적 긍지에 많은 상처와 손상 입혀”
“‘875원 대파’ 든 윤석열,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같아… 무능이 도처에 있어”
“‘채 상병 사건’이 조그마한 사건? 국민 생명 중시하지 않는 인식 드러낸 것”
“이종섭 당장 내일이라도 경질해야… ‘채 상병 특검’ 반드시 통과시킬 것”
“탄핵은 제대로 일하지 못한 공직자에 대한 징계, 금기시해서는 안 돼”

■ 진행자 / 공천 탈락 이후 나온 승복 메시지를 놓고 많은 분이 품위와 품격을 이야기 해주셨죠. 경기 수원정 지역구 3선 국회의원인 박광온 의원님 나오셨습니다.

■ 박광온 / 경선 결과 나오던 날 밤 10시쯤 됐는데 보좌진 중 한 분이 “안 된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아득했어요.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자만했거나, 오판했거나 여러 이유가 있었겠죠. 일단 집으로 갔어요. 이불을 덮어쓰고 잠을 청했죠.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내가 잠시 바람을 쐬고 오자고 해서 동해안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텐데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앉았다, 일어섰다가만 반복하고 있었죠. 그날 밤에 아내가 “돕기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아내가 저보다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서 차마 말을 못 하고 있었어요.

■ 진행자 / 아무래도 3선쯤 되다 보면 아내 역시 ‘정치적 파트너’잖아요.

■ 박광온 / 아내는 처음부터 (정치하는 것) 반대 많이 했습니다. (웃음) 제가 2012년에 민주당 공천 받아서 세 차례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당의 어떤 결정이든 충실히 따르는 게 정당에 대한 아주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자세라는 입장을 갖고 있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쉽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의견도 많았습니다. 탈당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라, 무소속으로 출마해라…. 그리고 제 아내처럼 김준혁 후보를 돕겠다고 선언하라는 의견을 주신 분도 계셨고요. 그 의견대로 하게 된 거죠. 캠프 해단식 때 제가 세 가지 이야기했습니다. 뒤돌아보지 말자. 이미 지나온 경선 과정에서의 어떤 불합리성이나 부당성, 안타까움, 아쉬움, 분노, 불만 이건 다 지나간 일이니까요. 지난 일을 놓고 우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총선 승리라는 앞만 보고 가자고, 우리가 함께 하자고 얘기했는데 조용하더라고요. 해단식 끝나자마자 김준혁 후보 캠프에 가서 지지 선언하고 악수하는 사진도 찍었습니다. 실망했다는 분부터 잘했다는 분까지 많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면적일 수밖에 없고 그런 저의 노력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오늘도 김준혁 후보 캠프에 다녀오셨어요.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기로 하셨다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비명’이라는 말이 의원님을 따라다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2023년 8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2023년 8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 박광온 / 어렸을 때 제일 난감한 질문이 뭡니까. ‘엄마 좋아, 아빠 좋아’ 질문이잖아요. 엄마가 좋을 때도 있고, 아빠가 좋을 때도 있잖아요. 사실 제가 ‘친명’으로 분류하기는 어렵겠죠. 그런데 제가 원내대표 준비하면서 많은 의원님들을 만나서 “이런 식의 분류 더 이상 하지 말자. 친명이니 비명이니 절대 당에 도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어요. 지극히 편의적인 분류법인데 이 분류에 제가 동의를 못한 거죠. 언론인들한테도 정말 많이 당부했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런데 언론인들은 또 싸움 붙이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못 버리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대선 때 이낙연 후보를 도왔지만 경선이 끝나고 나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공보단장을 맡아서 당선을 위해 저 나름대로 무진 애를 썼거든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를 단 한 시간도 안 해본 적 없었고요. 또 원내대표가 돼서도 이재명 대표와 좋은 관계를 갖고 당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통합을 이루어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이번 선거가 대선 이후에 2년 만에 있는 선거인데, 저는 이 총선이 정말 굉장히 중대한 선거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어요. 이 총선이 끝나면 정치 지형의 어떤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이 판 자체가 새롭게 형성되는 중요한 계기를 이번 총선이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진행자 / 경선 과정에서 ‘하위 20%’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 박광온 / 저는 평생 살아오면서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 것을 중요한 제 삶의 방식으로 여깁니다. 내가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이번 일은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할 건 아니죠. 총선 승리를 위해서 당의 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가 저의 ‘하위 20%’ 사실을 공개했더라면 논란만 더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요? 다른 분들의 선택까지 제가 일일이 평가할 수는 없는 거고요. 저만 놓고 보자면, 사실 ‘하위 20%’ 결정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제가 임혁백 공관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위원장님이라면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위원장님이 난감해하시더라고요.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한 거죠. 하소연을 해볼까, 그게 직전 원내대표로서 타당한 결정인가…. 갈등을 조정하고 당내 통합을 강조했던 사람으로서 그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제 삶의 방식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요,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당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 진행자 /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됐던 당시에 원내대표셨어요.

■ 박광온 / 대체로 부결 방향으로 의사를 모으고 있다는 얘기를 원내부대표단으로부터 계속 쭉 들었고요. 표결을 앞두고 이상한 기류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결과를 보고 저 역시 충격에 빠졌고요. 본회의장에서 눈을 감고 멍한 상태로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부결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이재명 대표 병문안도 간 것이죠.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지나고서 보면 왜 당시에 한두 사람을 더 설득하지 못했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는 거죠. 제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그랬어요. 가결되면 우리가 재앙적 분열을 맞게 되고 부결되면 방탄 정당 오명을 쓸 거라고요. 그럼에도 방탄 정당의 오명은 우리가 극복할 수 있지만, 재앙적 분열은 극복하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요. 가결 이후에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어요. 갈등 상황을 봉합해야 하니까요. 그날을 넘기지 않고 결단하는 게 좋겠다는 나름의 판단이 있었고, 총체적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단이 사퇴한 거죠.

■ 진행자 / 분열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라는 의지도 읽히는데요. 아직 총선이 16일 남아있긴 합니다만, 민주당은 몇 석이나 얻을 거라고 예상하세요?

■ 박광온 / 참 어려운 예상이죠. 분위기로는 분명 민주당이 이긴다는 게 확실하고, 더더군다나 야권 전체로 보면 의석이 더 늘잖아요. 투표율이 높아지면 저는 의석수는 더 늘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게 지난 1~2월에 민주당 지지율이 빠졌을 때 우리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이 있었는데, 투표율이 여러 요인에 의해서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의석수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해야 하지만 어쨌든 과반은 한다, 민주당의 목표(151석) 이상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21대 국회 의석수와 비슷하게 되기를 바라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3월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자녀 김해봄 씨의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월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 고(故) 김태석 원사의 자녀 김해봄 씨의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진행자 / 투표율이 높을 거라는 건 ‘심판론’이 더 높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까요?

■ 박광온 / 대선 후보 당시에도 윤석열 정권이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취임 이후에도 그런 느낌을 계속 많이 주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의식이 세계에서 최상위 수준입니다. 민주적 시민의식도 최고죠. 긍지가 있어요.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가 쟁취하고 정착시켜 왔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긍지가 있어요. 거기에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긍지에 엄청난 손상을 줬죠. 또 하나가 언론 자유 지수가 많이 떨어졌어요. 문재인 정부 때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어요. 이게 또 후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바이든-날리면’도 그렇고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다음에 제일 중요한 게 민생입니다. 이번에 ‘875원 대파 사건’이 있었지만 완전히 벌거벗은 임금님 아닙니까? 기가 막히고 헛웃음 나오는 얘기죠. 무능함이 도처에 있고, 불공정이 도처에 있습니다. 무능, 무책임, 무대책, 무공정입니다. 검찰이 행사하는 권한은 국민이 헌법을 통해서 위임한 권한이에요. 국민을 위해 쓰라는 거죠. 그런데 검찰이 마치 자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권한인 양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지금 제가 쭉 말씀드리는 건 국민들이 이번 정권을 심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수십 수백 가지 가운데 몇 가지를 얘기하는 겁니다, 몇 가지만.

■ 진행자 / 이종섭 전 장관을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에 임명하면서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다시 부각시키기도 했어요. 대통령실에서는 그걸 “조그마한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등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박광온 / 이 정권이 국민의 생명을 작게 보고 있다, 중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거라고 봅니다. 이해가 잘 안되죠. 흔히 ‘정무적 감각’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보다도 국민들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거나 애초부터 어떤 공감 능력이나 자세가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무엇보다 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굽니까? 다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채 상병 사건’ 자체가 갖고 있는 폭발력과 분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라고 보고요. 국민들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그런 사건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불을 확 붙인 거죠.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 진행자 / 이종섭 대사가 우선 귀국은 했는데 사퇴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 박광온 / 사퇴가 아니라 경질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사퇴 못하죠. “당신 나가 있어”라고 하니까 거기에 충실히 따르지 않았습니까? 생각 있는 사람이면, 상식 있는 사람이면 “제가 지금 나가면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죠.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이 경질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 박광온 /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죠. 저는 내일이라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1대 국회가 5월29일까지 임기인 만큼 ‘채 상병 특검’ 반드시 통과시켜야죠.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미래를 창조해야 합니다.

■ 진행자 / ‘채 상병 사건’ 특검을 원내대표 당시 당론으로 채택하셨죠. 그리고 당시에 안동완 검사 탄핵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추진하기도 했어요. 이후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이 이어졌고요.

■ 박광온 / 탄핵은 헌법에 나와 있는 국회의 권한이에요. 탄핵소추는 국회 권한이죠. 국회는 언제든지 비리 공직자나 불법을 저지른 공직자에 대해 탄핵할 수 있습니다. 그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예요. 그런데 마치 탄핵을 하면 안 되는 것인냥 오랫동안 우리 뇌리에 있었던 겁니다. 탄핵을 금기해서는 안 됩니다. 탄핵은 국민을 위해서 제대로 일하지 못한 공직자에 대한 징계니까요. 사법적 처리와는 다른 거예요. 징계의 일종입니다. 그걸 국회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죠. 남발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신중하게 가끔만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거죠. 당내에서도 논란이 많았어요.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많았고요. 그렇지만 우리가 대통령도 탄핵했는데 검사 탄핵이 왜 안 됩니까. 위법, 불법 행위가 있으면 탄핵할 수 있죠.

■ 진행자 / 원내대표 시절 추진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 박광온 / 저는 그 거부권도 이번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됐다고 봐요. 이번 선거가 민주당이 잘하고 있어서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하면 더 좋을 텐데, 물론 이런 건 있습니다. 우리가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해도 우리 팀이 잘해서 이기는 경우도 있고, 상대 팀이 엉망으로 해서 우리가 이기는 경우도 있고 그렇거든요. 윤석열 정권 심판을 확실하게 해주셔야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힘을 내서 잘할 수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 이은기 기자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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