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블루.’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병원에서 쓰는 말인지는 잘 몰랐던 이 단어가 심정지를 뜻하고, 병원 내에서 유일하게 안내 방송으로 알리는 진단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다른 장기는 기능이 멈추면 몇 분,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 죽음이 찾아온다. 뇌사의 경우는 수년 동안 생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장이 멈추면 불과 몇 초 차이로 생사를 오간다.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심정지가 “전기적인 문제”라면 심근경색은 “배관의 문제”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 중 하나에 연필심처럼 아주 작은 혈전(피떡)이 생기면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류가 통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심근경색이 악화되면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그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CPR)은 가슴을 압박해 혈액을 밀어냄으로서 막힌 배관을 뚫어주고, 전기충격은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정상적인 전기 리듬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저자가 의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것이다. 동시에 그는 호기심 넘치는 탐험가이기도 하다. 심근경색처럼 우리 몸의 여러 문제는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내과), 새는 곳을 막아주는(외과) 치료를 통해 호전된다. 그렇다면 배관공이 하는 일에서도 인체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병원 배관계에 관해서라면 “심장전문의와 외상외과 의사” 역할을 모두 맡고 있는 시설관리자를 찾아가 비결을 캐묻는다.
목구멍, 생식기, 간, 솔방울샘, 점액, 지방, 대변 등등. 책의 각 장에는 우리 몸속에 있는 장기와 물질의 이름이 붙어 있다. 다양한 질환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며 생긴 에피소드에, 병원 지하실부터 히말라야, 캄차카반도 등 여러 오지를 누비던 탐험가의 경험이 어우러진다. 인체 구조만큼이나 기기묘묘하고, 괴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독특한 이야기다. 그 가운데 길어 올리는 삶에 대한 통찰이 꽤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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