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연 (2019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

과학이란 단어가 주는 힘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라는 말로 시작하면 일단 고정불변의 무언가처럼 들린다. 〈시사IN〉 제853호에 실린 김영화 기자의 ‘재난 연구자가 말한다 “과학은 정치다”’ 기사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과학이 언제나 확실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과학적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려고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대목이다. ‘과학적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라니, 과학적 결과라는 것도 결국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예전에 굉장히 존경했던 어떤 기자가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에 대해 SNS에 쓴 글이 떠올랐다. 그 글은 “실패한 이념은 이념으로 불린다. 성공한 이념은 과학, 법칙, 인간 본성 고정불변의 무엇으로 불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김영화 기자의 기사를 읽자마자 그 문장이 바로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과학’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일들의 중심에서 떠다니는 존재였다. 코로나19 백신,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모두 대립되는 양쪽이 과학으로 싸웠고, 또 싸우고 있다. 서로가 미개하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나는 결과적으로 이 모든 대립들이 결국은 ‘사람’을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기사에도 나온 그 무수한 상호작용들이 결국엔 ‘사람’을 향한 거였으면 좋겠다.

가습제 살균제 참사 문제에는 13년 동안 계속된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겨 있다. 세상에 알려진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2심에서 다행히도 유죄가 판결됐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과학적 결과’가 이 정도밖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블랙겟타 (닉네임·2019년 전자책 구독, 부산)

검찰의 언론 압수수색에 대해 다룬 〈시사IN〉 제853호 커버스토리를 인상 깊게 읽었다. 언론에 대한 수사는 설사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이 특정 언론사‧취재기자를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낱낱이 보여주는 사례다. 수사 명분과는 별개로,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혐의를 들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일은 언론 환경을 위축시킬 터이다. 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무리한 수사로 더 이상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진영 연구원을 인터뷰한 ‘재난 연구자가 말한다 “과학은 정치다”’ 기사는 과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인터뷰 말미에 “과학이 언제나 확실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과학적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려고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박 연구원의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흔히 ‘정치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이 반대 개념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학과 정치를 이분법으로 딱 떨어지게 구분할 수 있을까? 가령 과학적인 성과와 발견이 그 쓸모를 인정받기까지는 정치적 작용이 필요하다. 또 정치 영역에서도 과학적 시선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국 사회에 큰 흉터를 남기는 사회적 재난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치와 과학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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