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유튜버 니키타 타쿠르가 한국의 인종차별을 지적한 영상. 1월18일 현재 7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인도의 유튜버 니키타 타쿠르가 한국의 인종차별을 지적한 영상. 1월18일 현재 7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으로 인도 온라인 공간이 들썩이고 있다. 1월18일 현재 구독자 114만명을 보유한 여성 유튜버 니키타 타쿠르는 ‘한국은 왜 인도인을 거부하는가?(Why Are Indians Getting BANNED In South Korea?)’라는 영상을 올렸다. 인도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차별’을 고발한 영상이다.

지난해 12월29일 올라온 이 영상은 조회수 765만 회를 기록했고 7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1월 초에 3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래 보름 만에 두 배 정도 늘었다. X(옛 트위터)에도 이 영상을 언급한 게시물이 폭증했다.

영상은 서울의 클럽 입구를 비추면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인도인과 파키스탄인 출입 금지’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이어 대구로 장소를 옮긴다. 차량용 광고판에 ‘이슬람-힌두 아웃’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유튜버는 서울의 거의 모든 클럽, 그리고 대구에서 이런 문구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인도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차별을 설명한다. 의류점에서 인도인이 옷을 만지면 즉시 청소를 한다거나, 지하철에서 인도인이 옆에 앉으면 자리를 옮긴다는 증언 등이 이어진다. 한국인이 인도인을 ‘불가촉 천민’ 취급한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로부터 “인도인은 진흙(mud)처럼 보인다”라고 들었다는 인도인 교사의 일화도 소개한다. 진흙은 피부색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건’은 실제로 벌어진 바 있다. 2017년 인도인 유학생이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의 한 클럽을 찾았는데 자신만 입장이 거부됐다고 언론에 증언했다. 당시 이 클럽의 보안요원은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사람들은 출입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규칙이다”라고만 답했다. 영상은 이런 출입금지 조치가 한국 내에서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유튜버는 이런 인종차별의 이유로 한국인의 ‘외모 지상주의’를 꼽는다. 외모 지상주의는 일부 외국 매체에서 이를 ‘oe-mo-ji-sang-ju-ui’라고 표현할 만큼 해외에도 널리 퍼진 인식이다. 영상은 교육열이 높고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이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 등 ‘미에 대한 기준’이 너무 편협하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졸업 선물로 성형수술을 원하고, 곳곳에 성형수술 광고가 넘쳐난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판은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베트남 틱토커 비비안 응우옌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인종차별이 ‘미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틱톡 계정에 “한국에서 베트남 출신 아이돌이 데뷔하면 ‘와, 한국인처럼 생겼어’라며 칭찬한다. 이건 한국인이 외모적으로 ‘우월하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베트남 출신 아이돌은 그룹 뉴진스의 하니다. 이 발언이 국내외 언론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응우옌은 재차 영상을 올려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였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한국에 오가고 관광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종차별과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도에는 인종차별 처벌하는 법이 있다”

니키타 타쿠르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많이 제작하는 유튜버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왜 모디 총리를 사랑하는가?’처럼 ‘국뽕’에 가까운 내용도 있지만, ‘인도의 중산층이 점점 가난해지는 이유’ 같은 비판적 콘텐츠가 많다. 한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영상에서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자료를 활용해 비판을 가한다.

물론 그의 영상에는 잘못된 내용도 있다. 가령 한국 정부가 홈페이지에 의료관광 상품의 하나로 ‘성형수술 투어’를 내세운다고 지적하는데, 해당 홈페이지는 민간업체의 것이다. 홈페이지 하단의 한국 보건복지부 로고를 보고 오해한 듯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관광 관련 민간업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는 대목도 있다. 한국 사회가 외모·인종·성별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실패한 나라라며, 각계 반대로 법 제정이 무산됐다고 지적한다. 다만 여기서도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있다. 경제단체와 함께 노동단체가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이 영상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결론 대목에서 그는 “한국인이 이렇게까지 우리를 싫어하는데, 우리가 자존심을 희생해가며 K컬처를 즐겨야 하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K컬처에 대한 ‘보이콧’을 완곡하게 제안한다.

인도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 열풍이 미미했던 나라다. ‘볼리우드’라 불리는 자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도 정부가 자택에 머물 것을 권하면서 매일 2기가의 무료 데이터를 시민에게 나누어주었고, 그 이후 K컬처 인기가 치솟았다.

유튜브에서 한국의 인종차별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유튜브에서 한국의 인종차별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K컬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인도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인 유튜버가 만드는 인도 관련 콘텐츠도 본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 상당수가 인도인을 비하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인도인은 더럽고, 무례하며, 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내용이다. 인도 사회에 이미 반한 감정이 깔리고 있을 무렵, 한국의 인종차별 영상이 터진 것이다.

아시아 역사문화 연구자 전명윤씨는 2022년 인도의 GDP가 식민지배자였던 영국을 추월하면서 인도인의 자부심이 부쩍 커졌다고 말한다. “인도 언론에서 요즘 가장 강조하는 것이 ‘여권 파워(passport power)’다. 세계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인도를 대접해야 한다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폭발하는 중이다. 니키타 타쿠르의 영상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1월8일 니키타 타쿠르는 ‘한국은 왜 인도인을 거부하는가?’ 두 번째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 영상에서 아예 한국인 시청자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놓는다. 그는 인도인이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한 장단기 해법을 제시하는데, 단기적 해법은 한국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의 형법을 소개한다. 인도 형법(ipc 153A 조항)은 종교, 인종, 출생지, 거주지, 언어 등에 따른 차별을 저지른 자에게 최대 징역 3년 형을 내릴 수 있다. “인도에도 인종차별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처벌할 법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사건은 아직 한국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가운데 인도 언론과 SNS 등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이번 영상 이후 유튜브에는 한국의 인종차별(Korean racism)을 비판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세계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온라인에 넘쳐나는 국뽕 콘텐츠 시청을 잠시 멈추고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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