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에는 수많은 법이 담겨 있다. 2024년 6월이면 문을 닫는 21대 국회에서만 발의된 법안이 2만6000개, 수많은 법이 탄생하고 수정되며 폐기된다. 그 많은 법 중에 딱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과연 어느 법을 남길 것인가? 망설일 것 없이 국가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헌법’일 것이다. 수많은 법은 헌법과 헌법 아닌 법으로 구분된다. 헌법 위에 법 없고 헌법 아래 법 많다.

헌법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법 앞에 평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 신체의 자유 등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응당 누려야 할 인권이 빼곡히 담겨 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 최고법이 과연 헌법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간단한 소지품만 지참한 채 버스에 오른 유학생 23명. 그들이 탄 버스에 느닷없이 경호원들이 탑승했고, 철석같이 믿었던 학교 직원들은 “한국에 다시 들어오기 위해서는 지금 미리 출국해야 합니다”라며 버스를 인천공항으로 돌렸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듯 한신대 유학생 22명(이 가운데 몸이 아프다고 호소한 한 명은 출국을 당하지 않았다)의 강제 출국은 2023년 11월27일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한신대는 2023년 12월1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의 본질은 유학생들이 출입국 당국의 요구사항을 지키지 못해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향후 재입국을 못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을 준수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학생들의 인권을 ‘선제적으로’ 짓밟았다는 이 황당무계한 학교 입장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최고법이 헌법인지 출입국관리법인지 헷갈리게 된다.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참여연대 제공
한신대 강제 출국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참여연대 제공

유학생들이 자기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짐짝처럼 취급되어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는 없었다. 초유의 유학생 강제 출국 사태에 대해 법무부는 자신들이 협조를 한 바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벌건 대낮에 유학생 22명이 법무부가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로 출국당하는 헌법 실종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법무부가 아예 인권침해의 주역으로 등장한 사건도 있었다. 2023년 11월 SNS에 올라온 영상에 법무부 출입국 남성 공무원이 여성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목을 조른 채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영상에 한 외국인이 적은 댓글은 헌법이 실종되고 출입국관리법이 최고법인 대한민국의 법 현실을 꼬집는다. “한국에는 인권이 없습니까? 그들은 짐승이 아닙니다.”

우즈베키스탄 언론도 주목한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의 ‘헤드록’ 영상은 단 하루 만에 조회수 12만을 찍었다.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또한 우즈베키스탄 현지 언론의 보도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시민들을 경악하게 한 법무부는 2023년 12월14일 올해 역대 가장 많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외국인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국 출입국기관장 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시민들은 대한민국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법무부에 묻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법이 출입국관리법입니까?’ ‘외국인은 대한민국 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까?’ 법무부가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기자명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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