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퇴임 이후 설립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통해, LH가 발주한 2억원 규모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토부는 LH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관예우 특혜 등 이권 카르텔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에도 회사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해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12월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12월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IN〉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인사청문안과 LH 전자조달 시스템, 공문 목록 등을 종합하면, LH는 2022년 9월6일 해외건설협회‧피앤티글로벌 주식회사와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운영관리계획 수립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억7800만원, 계약 기간은 2022년 9월5일부터 2023년 7월5일까지다. 주계약 업체는 해외건설협회, 피앤티글로벌은 공동이행 업체로 사업에 참여했다.

피앤티글로벌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LH 사장을 퇴직한 이후 설립한 회사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 및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 컨설팅, 분양 대행업, 임대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20년 2월28일 설립됐고 박 후보자는 같은날 사내이사로 취임했다(박 후보자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LH 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사업은 2017년 한국과 베트남 정부·기업간 협력이 개시된 이후 시작된 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2019년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이 포함된 ‘신남방정책 플러스’ 정책을 발표했고, 같은해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사업 추진을 합의했다. 국토부가 2021년 7월7일 배포한 이 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LH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 공기업과 한국 측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 및 산단 조성, 분양 업무 등을 맡았다.

박상우 후보자는 LH 사장 재직 시절 이 사업과 관련한 보고를 받아왔다. 〈시사IN〉이 장철민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LH 공문 목록을 보면, 박 후보자는 2017년 4월12일 ‘베트남 흥옌성 및 VIHAJICO간 상호협력 MOU 체결계획 보고’를, 2017년 12월21일에는 ‘베트남 흥옌성 산업도시 MOA 체결 계획 보고’ 등을 받았다. 또 박 후보자의 LH 사장 재직 시절 국외 출장 결과 문건에 따르면, 2018년 2월2일부터 4일까지 베트남 출장을 통해 직접 흥옌성 스마트 산업도시 MOA를 체결하기도 했다.

박상우 후보자가 LH 사장 퇴임 후 설립한 피앤티글로벌이 LH가 발주한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했다. ⓒLH 전자조달시스템
박상우 후보자가 LH 사장 퇴임 후 설립한 피앤티글로벌이 LH가 발주한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했다. ⓒLH 전자조달시스템

피앤티글로벌은 설립 후 2년간 적자를 기록했으나 LH가 발주한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한 2022년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흑자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매출액은 2억2980여 만원이었고 4333여 만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21년 매출액은 3억8900여 만원, 영업 손실은 7204만원이었다. 2022년 매출액은 8억1104만 원, 영업이익은 5120여 만원이었다.

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소득신고 자료를 통해 피앤티글로벌로부터 월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2023년 6월부터 11월까지 받은 월급만 공개했다. 2023년 6월 월급은 300만원, 같은해 7월~11월까지 월급은 600만원이었다. 2022년 사업 수입으로 3753만4120만원, 2021년 2410만원, 2020년 2068만240원을 신고했다. 박 후보자는 LH 사장 퇴임 직후 피앤티글로벌 외 다른 개인 사업도 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취업제한 심사를 받고, 업무처리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박 후보자가 설립한 피앤티글로벌은 부동산 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곳이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명시된 취업제한 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박 후보자는 전문성 등을 앞세워 연구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상우 후보자가 지명되기 두 달 전인 2023년 10월 원희룡 현 국토부 장관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재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LH를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사건 사고 원인이 전관예우 특혜 등 LH 이권 카르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앞서 국토부는 공직자들의 취업심사대상 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23년 12월12일 국토부는 ‘LH 혁신방안’ 및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LH 2급(부장급) 이상으로 퇴직한 전관이 퇴직한 지 3년 이내에 재취업한 업체(출자회사 포함)는 입찰 참가를 원천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추가로 3급(차장급) 전관 재취업 업체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감점을 주기로 했다.

동시에 이해충돌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안에서 피앤티글로벌 사내이사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회사 주식 3만7000주(1억8500만 원)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국토부 산하기관인 LH가 투자하는 사업 연구 용역을 수주한 회사 임원직을 맡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피앤티글로벌이 2022년 11월29일, 12월12일 언론사를 통해 낸 보도자료를 보면, 회사는 베트남 흥옌성 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부동산 컨설팅 및 해외 건설산업 진출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IN〉은 박상우 후보자 측에 전화를 걸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인사청문준비단에서 후보자 직업, 학력 경력사항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기자임을 밝히자 질의도 듣지 않고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인사청문 관련 질의라는 점을 재차 밝히고 추후 문의하면 되는지, 다른 담당자가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그는 “모르겠다. 지금 바쁘다”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장철민 의원은 “박상우 후보자는 현 정부가 올해 내내 잡겠다던 전관예우나 이권 카르텔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소명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서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면밀히 검증해, 국정 기조의 난맥을 철저히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시사IN〉 보도 이후 전화를 걸어와 "LH 연구 용역은 공개입찰에 참여해 공정하게 수주했다. 수주하는데도 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앤티글로벌에는 사표를 제출해 현재 퇴직 절차가 진행 중이고, 주식은 장관에 임명 된다면 백지신탁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