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올해의 출판사로 꼽힌 어크로스출판사 사람들이 올해 낸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형보 대표. ⓒ시사IN 신선영
2023 올해의 출판사로 꼽힌 어크로스출판사 사람들이 올해 낸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형보 대표. ⓒ시사IN 신선영

5관왕. 2013년 출판계의 주목을 끈 올해의 루키 출판사를 시작으로 2015년, 2018년, 2021년 각각 올해의 출판사로 뽑혔다. 그때마다 넓어진 사무실에서, 더 많은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꼬박꼬박 ‘상’을 받은 어크로스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동료 출판인들의 인정을 얻었다. ‘시류를 정확히 읽고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관심 가져야 할 만한 주제로 기획해서 책을 낸다는 점’에서, ‘지금도 기획과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결실을 매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사IN〉과의 인터뷰 하루 전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주최하는 ‘2023 올해의 출판인’ 시상식에 다녀온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의 사무실에는 트로피와 축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1999년 웅진출판에서 편집자로 일을 시작해 2010년 출판사를 차린 김형보 대표는 아직 어크로스가 중견 출판사라고 불리기는 어렵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운”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시사IN 신선영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시사IN 신선영

‘2023 올해의 출판인’ 시상식은 어땠나?

어크로스가 큰 성장은 하지 못했어도 10년 넘게 꾸준히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 교양서를 내온 점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밑천 없이 이야기를 하려니 수상 소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2~3년마다 올해의 출판사로 뽑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저력이 뭘까?

글쎄, 도통…. ‘출판계에 아는 분들이 많아서 우리를 뽑아주셨나’ 하는 생각까지 해본 적 있다. 그래도 나름 분석을 해보면 2015년에는 편집자들이 좋아했던 책이 몇 종 있었고, 2018년(〈열두 발자국〉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과 2021년(〈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그리고 2023년(〈도둑맞은 집중력〉)에는 종합 베스트셀러가 각각 있었다.

특히 올해 나온 〈도둑맞은 집중력〉은 사회 트렌드를 발 빠르게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크로스가 전통적인 고전보다는 요즘 세상을 잘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주변의 좋은 저자들이 이야기해주는 정보가 큰 도움이 된다.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경우에도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메타인지의 힘〉을 쓴 구본권 〈한겨레〉 기자가 ‘이 책 재미있더라’며 서평을 보내줬는데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그래서 계약했다.

타율 좋은 책을 내는 비결이 있다면?

일단은 운발이다(웃음). ‘그게 왜 떴을까’ 하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붙일 수 있겠지만 준비 단계에서는 사실 이 책이 떠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사후적 분석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은 책은 정말 많지만 특히 어크로스의 책은 독자들에게 발견되는 ‘발견성’ 측면에서 운이 좋았다. 책을 편집할 때 발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념이나 표현을 끄집어내려고 많이 노력한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트위터(현 엑스·X)에서 발견성이 ‘터졌다’. 담당 편집자가 트위터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함께 읽으면 재미있을 만한 내용을 잘 뽑아서 올린 게 주효했다. ‘트위터 하면 망하는 거야’라고 트위터에 쓴 거다(웃음).

어크로스는 도서 마케팅으로도 유명한데.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SNS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자고 의견을 모았다.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는 비중만큼이나 SNS를 통해 발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SNS는 어제 영향력 있던 채널이 오늘은 영향력이 없어지기도 하고, 정말이지 이동하는 타깃이라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래도 이 과정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잘한 것 같다. 광고비와 상관없이 진심으로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책을 소개할 때 훨씬 더 파급력이 컸기에 그런 인플루언서를 찾는 일도 중요했다.

독자들의 지갑을 여는 게 어려운 일이다. 올해는 특히 출판 시장의 충격이 컸다.

해마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올해는 정말 어려웠다. 스테디셀러 책이 매해 평균 10~15%씩 판매 부수가 줄어드는데 올해는 30% 이상 확 떨어진 책이 많았다. 사람들이 지출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도서구입비니까. 내년이라고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할까 고민 중인데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회사 대표로서 일하는 사람이 멋진 책을 만들어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급여도 오르고 승진도 할 수 있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고 싶은데, 회사에 성장이 없으면 그게 어렵다.

올해에도 떠난 편집자가 있고 들어온 편집자도 있을 텐데, 대표로서 각각의 이유를 짐작한다면.

편집자가 어크로스를 떠나는 큰 이유는 아마 대표의 욕심 때문일 거다.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지 못하고 좋은 기획서가 와도 ‘한 번 더 생각하자’는 말을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나. 그래서 좋은 기획을 망치기도 한다. 내 취향도 분명히 낡아가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빠져줘야 하는데 낄 때와 빠질 때를 구분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 그래도 다행인 건 편집자와 마케터들이 발군이다. 역량이 좋다. 대표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회사 분위기가 좋아서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많은 코멘트와 피드백을 해준다.

25년 차 편집자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14년 차 대표로서 역할이 더 클 것 같다.

원래 편집 과정을 따라가면서 같이 책을 읽었는데 이제 그렇게 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다. 원서 아니면 초고로 읽거나 편집회의 하기 전에 조금 읽고 들어가는데 그게 전체 분량의 10분의 1, 많으면 5분의 1 정도다. 내용 전체를 읽은 책은 올해 낸 24권 중에서 6권 정도다.

내년 출판 계획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지난 가을에 낸 신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가 쓴 책이 예정돼 있다. 낼 때마다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독자들은 손꼽아 기다리는 올리비아 랭의 책도 계획 중이고,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우승한 교육 기업 ‘에누마’를 운영하는 이수인 대표의 책도 기대하고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의 책, 한국에 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글을 쓰는 미국인 콜린 마셜의 책도 나올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판사 사장이 ‘책 사달라’는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있을까. 매리언 울프라는 뇌 인지과학자가 낸 〈다시, 책으로〉라는 책이 떠오른다. 요즘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많이 빼앗겼지 않나. 수많은 매체 중에서 자유로운 몰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는 여전히 종이책인 것 같다. 주위의 소음을 끊고 깊은 몰입을 원한다면, 공부나 학습 도구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서 책이 주는 힘을 한번 느껴보면 좋지 않을까.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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