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 참가자의 그림자 옆으로 '오늘 하루 우리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라고 적힌 피켓이 놓여 있다. ⓒ시사IN 이명익
11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 참가자의 그림자 옆으로 '오늘 하루 우리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라고 적힌 피켓이 놓여 있다. ⓒ시사IN 이명익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의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의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11월25일,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채, 종로 보신각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가면은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국가는 대답하라, 생존자가 여기 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오늘 하루 우리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친족성폭력은 대부분의 피해자가 가정 내에서 미성년자일 때 발생한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에 당시의 경험을 성폭력으로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22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피해를 인식하고 상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 이상 되는 경우가 55.2%에 이른다. 상담시점에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경우가 57.9%에 달했다. 어렵게 피해를 말해도 피해자가 다른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결국 피해자가 경제적·정서적 독립을 하고 가족을 상대로 법적 처벌을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의미의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의미의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가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 - 좋지 아니한家 :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가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이날 행사에 참여한 친부 성폭력 피해자인 '루나'씨도 성폭력 가해자인 친부의 공소시효가 지나 성범죄를 처벌할 수 없었다. 부모는 성범죄를 발설하지 말라고 남편과 남편 가족을 협박했다. 결국 '루나'씨의 부모는 협박에 대해 1심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 참가자가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고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 참가자가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고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쓰고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쓰고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 ⓒ시사IN 이명익

현재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날부터 10년이다. 2011년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지만 피해 연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3세 이상 미성년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자료에 따르면, 상담 기관에 알리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소시효 10년은 친족성폭력 가해자들을 단죄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말한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루나'씨는 "과거에는 이들의 가정 폭력이 공기처럼 저를 둘러싸 이들이 얼마나 내 영혼을 갉아먹고 내 목줄을 틀어막는지 미처 다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비로소 살아 있습니다. 이제라도 진실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음에 안도하고 '좋은 가족' 인형 놀이에서 나와 징역형을 탄원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합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희망의 변화에 더 주목합니다. 이 모두는 이곳에서 마음으로 함께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가능합니다. 우리가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쓰고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쓰고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 ⓒ시사IN 이명익
가수 오지은씨의 축하 공연 ⓒ시사IN 이명익
가수 오지은씨의 축하 공연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행사 참가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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