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은 11월16일 낸 〈2024년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를 ‘내유외강(內柔外剛)’으로 요약했다. ‘외부’인 수출 경기는 반등하지만, ‘내부’인 내수 경기는 계속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수출은 회복, 내수는 부진

이 보고서는 먼저 국내 경기 전반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에 빠졌”지만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수출 덕분이다.

반도체 수출이 3분기 이후 빠르게 늘어나며 한국의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의 한 부스에 전시된 웨이퍼.
반도체 수출이 3분기 이후 빠르게 늘어나며 한국의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의 한 부스에 전시된 웨이퍼.

한국의 10월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시기(10월) 대비 5.1% 늘어났다. 13개월 만의 증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3분기 이후 빠르게 늘어나며 한국의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가전 등 기타 테크 업종들의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반 기계류와 자동차 수출은 아직 양호하다.” 다만 자동차 및 2차 전지 수출액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경기의 최근 개선으로 산업생산이 증가하고 투자도 최악의 수준에선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기대한다.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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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수(민간소비+민간 투자)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실업률이 2.6%로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는 등 고용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인 데도 민간의 실질 구매력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심리 지수도 상반기에 반등했지만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 부담이 높아지면서 다시 꺾이고 말았다고 한다.

정부의 경제 기여도, 내년에도 낮을 듯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내수 부진의 첫 번째 원인은 높은 금리다. 국내 가계의 재무구조는 금리 인상에 취약하고, 그 결과로 최근 가계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대출로 집을 산 가계들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빚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두 번째,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온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감소한 건축 허가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안” 등을 감안하면 “향후 부진이 예상된다.”

세 번째,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다. 올해(2023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예상치)은 5.1% 정도인데, 이는 이전 5년 평균인 14.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내년의 정부 총지출 증가율 목표는 2.8%(2016년 이후 최저)다. 이번 3분기의 정부 소비 증가율 역시 0.9%(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재정 기조가 계속되면, “정부 부문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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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측에 기반해서 보고서는 내년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1%대 초중반인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가 회복되려면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제부터 기준금리 인하로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다. 건축 경기 역시 상승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다른 산업 부문의 투자가 개선되어야 한국의 내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결국, 내년 한국경제는 건설 이외의 산업 부문,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경기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인플레이션은 하반기부터 2%대로 둔화

한편 보고서는 내년 물가와 관련, 근원 인플레이션(식량, 에너지 등 외부 충격으로 물가가 급등락하는 필수 소비재를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 지수)은 내년 1분기, 헤드라인 물가(식량, 에너지 등까지 포함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물가지수)는 하반기에 2%대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다만 국제 유가가 오를 경우엔 물가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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