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매달렸다.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전화를 받은 이지현 처장 왈, 자기들도 올 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사무실 내 생수통과 정수기를 치웠단다. 환경단체로서 부끄럽지만, 이러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단다. ‘수돗물 마시다 집단으로 배탈나는 거 아니냐’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어떻게 수돗물을 내놓느냐’ 따위 꺼리는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물 항아리를 들여놓은 사무실
사실, 일반 사무실에서 이런 ‘갸륵한’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서울시에 제안하고 싶다. 아리수인지 수돗물인지, 마시자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1사(社) 1음수대 보급운동’이라도 벌여달라고. 당장 힘들다면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차츰 확대해가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 자료를 보니, 2008년 말 현재 서울시에 보급된 아리수 음수대가 1345곳이란다(요즘은 냉수·온수가 분리돼 나오는 최신형도 있다). 그 대부분이 학교와 공공기관에 설치돼 있다. 민간 보급 실적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래 놓고 서울시가 페트병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기만이다. 현재 서울시는 페트병 아리수를 주요 행사 같은 데 무상으로 공급한다. 지난해 500만 병을 생산한 서울시는 올해 생산 목표를 700만 병으로 잡았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 19곳 또한 이른바 병입 수돗물을 생산한다. 현행법상 수돗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이들 지자체가 병입 수돗물 생산시설을 해마다 늘려가는 것을 보며 일각에서는 수돗물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환경적 관점에서도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단체가 수돗물을 마시자며 서울시 편을 드는 듯하다 냉랭해지는 것도 이 지점에서이다. 지난 호에 소개한 대로 페트병은 만드는 과정에서 무지막지한 연료를 소비할뿐더러 폐처리 과정에서도 골칫덩이다. 미국의 경우 사용된 페트병 중 86%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그래도 외출할 때는 페트병밖에 방법이 없는 것 아냐?’ 의심할 분들 있을 거다. 나도 그랬다. 궁리 끝에 처음에는 집에 있는 미니 보온병에 끓여서 식힌 수돗물을 넣어 다녔다. 그런데 페트병 끊기를 선언한 며칠 뒤, 한 후배가 깜찍한 선물을 하나 건넸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짜잔~. 기막히게 ‘스타일리시’한 물건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패션 물병이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