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토르의 랜드마크인 수흐바타르 광장. 거대한 칭기즈칸 동상이 서 있는 이 광장 오른편에 꽤 큰 쇼핑몰이 있다. 한국인 관광객으로 바글대는 이곳은 캐시미어 쇼핑몰이다. 최고급 의류의 대명사인 캐시미어의 원료는 주로 염소 털이다. 특히 몽골 염소의 털을 최고로 친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몽골에서 자라는 염소의 겨드랑이와 가슴에서 털이 새로 자라는데, 이 털을 뽑아 캐시미어 제품을 만든다. 몽골 현지 쇼핑몰에서도 목도리 하나에 1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가에 팔린다. 한국에서는 이보다 비싼 탓에 몽골 여행객들은 캐미시어 쇼핑에 열을 올린다.
문제는 캐시미어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염소가 땅을 황폐화하는 데 한몫한다는 점이다. 염소는 발굽이 뽀족해서 어린 싹을 짓밟는 데다, 식욕이 왕성해 풀뿌리·이끼·씨앗까지 모조리 먹어치운다. 몽골에서 염소가 늘어날수록 땅은 점점 사막화된다.
과거 몽골에는 양·소·말은 많았지만 염소는 별로 없었다. 양고기와 쇠고기가 몽골인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캐시미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염소 수가 늘어났다. 광산업 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몽골에서 캐시미어는 돈이 되는 상품이다. 은행이 나서서 ‘캐시미어 펀드’ ‘염소 펀드’를 조성해 유목민에게 집(게르)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줬다. 그 결과 염소 수가 크게 늘어 캐시미어 원료 가격이 폭락했다. 대출이자를 견디다 못한 유목민들은 야반도주하기도 했다.
캐시미어 펀드를 만든 금융업자 중에는 몽골 현지인보다 미국·유럽·일본·중국·한국에서 온 외국인이 훨씬 많았다. 중간상인과 금융업자는 큰 수익을 올렸고, 유목민들은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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