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7일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 메르주크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뒤 이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가 며칠째 전개되고 있다.

시위는 폭동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격분한 군중들은 자동차와 건물에 불을 붙이는가 하면 시청, 경찰서 등 국가기관들을 공격하고 있다. 상업시설에 대한 약탈도 자행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4만5000여 명의 경찰관들을 주요 도시에 투입한 상태다.

6월30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위 군중과 경찰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AFP PHOTO
6월30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위 군중과 경찰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AFP PHOTO

로이터(7월2일)에 따르면, 7월1일 밤에서 2일 새벽 사이, 프랑스 마르세유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젊은이들이 최루탄과 폭죽이 오가는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다. 수도 파리 중심부에서도 산발적인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파리 경찰은 이날 밤사이 충돌로 경찰관 5명이 다치고 공공시설 6곳이 파손되었다고 밝혔다. 지중해에 접한 니스와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에서도 험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7월1일 밤에서 2일 새벽 사이 7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29일 체포된 875명, 30일의 1311명에 비해 줄어든 숫자다. 6월30일 밤에서 7월1일 새벽 사이엔 프랑스 전역에서 자동차 1000여 대와 건물 200여 채가 불탔으며 2500여 건의 화재가 보고되었다. 프랑스 내무부는 체포자 수의 감소가 ‘시위의 과격성 및 확산 정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뜻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란이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라하이-레-로즈 시장 자택 습격

BBC에 따르면, 7월2일 새벽 파리 외곽의 작은 도시 라하이-레-로즈(L’Hay-les-Roses) 시장의 자택이 습격당했다. 마침 뱅상 장브륀(Vincent Jeanbrun) 시장이 집을 비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아내와 두 자녀가 표적이 되었다. 습격자들은 대문을 부수고 침입해 차량을 불 지르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죽을 쏘았다. 시장의 아내는 피신하던 도중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습격자들이 장브륀 시장의 자택을 불태우려 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화물질을 채운 코카콜라 병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7월2일 새벽, 일단의 습격자들이 프랑스 파리 외곽 도시 라하이-레-로즈의 뱅상 장브륀 시장의 자택을 공격했다. 사진은 습격자들의 방화 시도로 그슬린 장브륀 시장의 자택. ⓒAFP PHOTO
7월2일 새벽, 일단의 습격자들이 프랑스 파리 외곽 도시 라하이-레-로즈의 뱅상 장브륀 시장의 자택을 공격했다. 사진은 습격자들의 방화 시도로 그슬린 장브륀 시장의 자택. ⓒAFP PHOTO

로이터(7월2일)는 경찰이 파리의 랜드마크인 샹젤리제(CHAMPS ELYSEES) 거리의 보안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샹젤리제로 모이자’는 메시지가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7월2일 현재, 평소 관광객들로 번성한 샹젤리제 거리는 보안요원들의 불심검문과 상점 외벽에 설치한 바리케이드들로 삼엄한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7월2일 예정됐던 독일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7월1일 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이 도주하는 시위대를 쫓고 있다. ⓒREUTERS
7월1일 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이 도주하는 시위대를 쫓고 있다. ⓒREUTERS

프랑스 주재 중국 영사관은, 지난 6월29일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시위대로부터 공격당해 일부 관광객이 다친 것에 대해 7월2일, 프랑스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한편 나엘을 저격한 경찰관은 과실치사 혐의로 구금 중이다. 그의 변호사는 ‘경찰관이 당초엔 운전자의 다리를 겨냥했지만 도주하는 나엘의 차량에 부딪히는 바람에 총구가 가슴으로 향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언론에 말하고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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