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러 차례 부고를 접했다. 그들 중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닌 ‘연주자’의 이름이 여럿 있었기에 추모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대표곡도 부기했다.

2007년 스위스 공연에서 연주를 하는 제프 벡. ⓒEPA
2007년 스위스 공연에서 연주를 하는 제프 벡. ⓒEPA

제프 벡 (향년 78세)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10년 첫 내한공연 당시 한국에서 기타 좀 친다고 하는 프로 연주자들이 짜기라도 한 듯 곳곳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존경할 때 다음 같은 헌사를 바친다. ‘해당 분야의 멤버들이 존경하는 멤버.’ 제프 벡이 그런 연주자였다. 그는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였다. 적어도 일렉트릭 기타 연주 하나만 놓고 보자면 테크닉과 표현력 모두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무엇보다 볼륨 포트와 아밍, 손가락 피킹을 활용해 섬세함의 끝판왕 같은 연주를 들려준 ‘코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 1975)’는 지금 들어도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기타 연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튜브에서 (내 기준 한국 최고의 전기 기타리스트인) 신윤철씨의 커버 영상을 보면 조금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리 로싱턴 (향년 71세)

이름만 보면 낯설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2015)를 봤다면 이 사람의 손맛만은 친숙하다고 말할 수 있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해리가 교회에 들어가서 말 그대로 학살을 벌이는 장면을 잊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그 장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잔혹한 대규모 살육을 마치 축제처럼 느끼게 한 강렬한 기타 사운드였다. 게리 로싱턴은 바로 그 곡, 레너드 스키너드의 ‘프리 버드(Free Bird, 1973)’의 기타 솔로를 디자인하고 연주한 주인공이다.

웨인 쇼터 (향년 89세)

이 연주자를 빼놓고는 글쎄, 모던 재즈의 역사를 기술할 수 없을 것이다. 굳이 레벨을 따지자면 모던 재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마일스 데이비스 바로 다음 급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는 19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이후 여러 장의 솔로와 재즈 밴드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를 통해 모던 재즈의 깊이와 너비를 두루 확장했다. 재즈 팬들이 좋아하는 그의 음악은 너무 많지만 딱 한 곡만 선택해야 한다면 ‘스피크 노 이블(Speak No Evil, 1966)’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버트 배커랙 (향년 94세)

지난 2월8일 버트 배커랙이 세상을 떠났다. 누군가는 이 문장을 보고 슬퍼할 테지만 “누구야?” 싶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버트 배커랙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다. 그것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자들 중 한 명이다. 요컨대 당신이 아무리 팝을 안 들었어도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선율 하나쯤은 알고 있을 확률, 거의 100%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 싱글만 (샘플링되어 오른 한 곡을 제외하면) 총 7곡이다. 카펜터스의 ‘클로스 투 유(Close To You, 1970)',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레인드롭스 킵 폴린 온 마이 헤드(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1969)', 디온 워릭 앤드 프렌즈의 ‘대츠 왓 프렌즈 아 포(That's What Friends Are For, 1985)' 등은 지금도 만날 수 있는 ‘올 타임 리퀘스트’다. 무엇보다 배커랙은 다양한 코드를 3분짜리 곡에 녹여내기를 즐기는 작곡자였다. 그중 디온 워릭의 1964년 빌보드 6위 곡 ‘워크 온 바이(Walk On By)’에서 발휘한 작곡 솜씨는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경지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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