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합성 유옥경
ⓒ사진합성 유옥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쏘아 올린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대학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두였다. 제14회 〈시사IN〉 대학기자상 응모작 가운데 상당수가 배리어프리 이슈를 다루었다. 최종 수상작 6편 중 3편이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조명했다. 매체마다 접근법은 달랐다. 서울대 〈대학신문〉은 휠체어를 타고 시내를 이동하는 서울과 도쿄 대학생의 하루를 비교했다. 부산대 〈채널PNU〉는 제보에서 출발해 교내 배리어프리 지도를 제작했다. 경상국립대 〈개척자〉는 진주를 대표하는 ‘남강 유등축제’의 배리어프리 실태를 조사했다.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나온 보도물을 대상으로 한 제14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취재보도 90편, 뉴커런츠 14편, 방송·영상 11편, 사진·그래픽 13편, 특별상 5편으로 총 133편이 출품되었다.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1심, 팀장급 기자들이 평가하는 2심을 거쳐 14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시사IN〉 차형석 편집국장과 언론계·학계 전문가 4인이 참여하는 최종 심사에서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기지개를 켜는 대학 언론들에서는 위기와 설렘이 동시에 읽혔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매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대상을 수상한 서울대 〈대학신문〉 정연우, 카와하라 사쿠라, 최다연 기자(왼쪽부터).ⓒ시사IN 이명익

■ 대상

한국과 일본, 어디가 휠체어로 다니기 편할까?

서울대 〈대학신문〉 정연우, 카와하라 사쿠라, 최다연

2022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대학신문〉 정연우 기자(국어국문학과 20학번)는 한 수업의 시험에 크게 늦고 말았다. 지하철로 통학하는데 그날이 마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 날이었다. 평소 뉴스 속 이슈로 접하며 당위적으로 지지하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일상 속 한 장면이 되는 순간이었다. “저도 사람인데 처음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이 이슈를 잘 모르더라고요.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신문〉에는 편집국 심사를 거쳐 방학 기간 해외 취재를 나갈 기획을 선정하는 제도가 있다. 2022년 여름방학,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해외 취재 공모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당시 사회문화부 차장이었던 최다연 기자(영어영문학과 20학번)가 정연우 기자의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과 교통 시스템이 유사한 곳이 어디일까 찾아보니 일본이더라고요. 휠체어를 타는 한·일 대학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콘셉트로 두 나라를 비교해보자 싶었죠.” 뉴미디어부의 카와하라 사쿠라 기자(언론정보학과 20학번)가 합류하며 팀이 꾸려졌다. ‘쿠라 기자’로 통하는 카와하라 사쿠라 기자는 〈대학신문〉의 유일한 외국인 기자다.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서울과 도쿄 시내를 이동하는 한·일 장애인 대학생이 등장한다. 정혜인씨(한국 출연자)와 마우라 슌페이 씨(일본 출연자)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저상버스, 지하철, 장애인 콜택시 등으로 동일하지만 영상을 통해 간접 체험하게 되는 두 사람의 경험은 판이하다. 〈대학신문〉팀은 유튜브 영상에 더해 지면 기사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어디서부터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지 등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저상버스 비율’ 등 수치상으로 드러난 배리어프리(장벽 없는) 현황은 서울이 도쿄보다 부족하지만 아주 현격한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카와하라 사쿠라 기자는 ‘마음의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기구나 시설로 다 채울 수 없는 배리어를 사람의 도움으로 채워주자는 의미에서 ‘마음의 배리어프리’라는 말을 써요. 장애인 이동권을 실제 개선한 측면이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대학가에서도 논쟁적인 이슈다. 〈대학신문〉의 한·일 휠체어 기획에도 긍정적 반응만 돌아오지는 않았다. 최다연 기자는 “‘〈대학신문〉 한물갔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이렇게 수상하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대학신문〉 편집국에는 실물 크기로 제작된 최다연 기자의 등신대가 서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현재 영국에 있는 최 기자가 〈시사IN〉 대학기자상 사진 촬영을 위해 주문했다고 한다.

※ 수상작 보러 가기
지면 기사: https://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0022
유튜브: https://youtu.be/_3ThHjU2giM

 

■ 대학기자상-대상 심사평

비교 통해 두 나라의 장단점 자연스럽게 드러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장애인 관련 보도는 대학 언론의 단골 소재다. 특히 올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더 많은 장애인 관련 보도가 출품됐다.

ⓒ시사IN 조남진

그중에서 서울대 〈대학신문〉의 ‘한·일 장애인 대학생 휠체어 대중교통 탑승 비교’는 심사위원 다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학생(가톨릭대 생명공학과 정혜인)과 일본 학생(조치대학 사회복지학과 미우라 슌페이)이 휠체어를 타고 버스와 지하철(전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상황을 교차 편집해 전달하는 발상이 신선했다. 또 한·일 두 대학생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 형식이라 꾸밈없이 생동감 있게 전달된 점도 매우 좋았다.

이런 비교를 통해 두 나라의 장단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지하철(전철)은 역무원이 승강장에 상시 대기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일본의 시스템이 부각됐고, 택시는 장애인 콜택시 전용 앱을 활용해 실시간 호출이 가능한 한국의 시스템이 일본 학생의 부러움을 샀다.

버스의 경우 휠체어 발판이 한국은 자동, 일본은 수동이었는데 서로 상대 나라의 시스템을 칭찬한 점도 흥미로웠다. 한국 학생은 “(수동 발판은)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고, 일본 학생은 “(자동 발판은) 기사님이 직접 안 와도 된다. 일본에서도 도입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 보도는 영상뿐 아니라 신문 지면과 온라인 보도도 돋보였다. 특히 삽화와 도표(서울시와 도쿄도의 배리어프리화 현황 비교) 등 시각물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보도는 방송·영상, 뉴커런츠, 취재보도 등 3개 부문의 본선에 올랐는데 결국 최고 영예인 대상으로 귀결됐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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