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지음, 퍼플레인 펴냄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부커상 후보’ 정보라는 20여 년 전 정도경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퍼플레인이 펴내는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정도경 시절을 모르는 정보라 독자를 위한 선물 같은 책이다. 〈저주토끼〉의 뿌리라 할 만한 작품 10편을 모았다. 함부로 용서하지 않는 엄격함이 쾌감으로 읽히는 까닭은 이야기보다 현실이 더 비정하기 때문일 터. 작가의 표현대로 “오래되고 단단히 갇힌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별이분법과 정상성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야기라고 고백하되, 고쳐 쓰지 않았다. “그런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드러난 채로 살던 야만의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이정전 지음, 여문책 펴냄

“꼬리감는원숭이는 도움받은 적 없는 동료보다 도움을 준 동료에게 먹이를 더 많이 나눠준다.”

‘우리’ 인간들은 동물을 활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지적·감정적으로 우월하며, 동물을 착취할 선험적 자격을 갖고 태어난 것처럼 여긴다. 인간과 동물은 정말 다른 존재일까? 이 책에 따르면, 동물 역시 놀라운 기억력과 추리력을 갖고 있으며 동료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행하거나 고마움을 표현한다. 불공평한 대우에 분노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경제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주류 경제학의 주장만큼 합리적이지 않으며 때론 매우 비이성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도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을 떼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이해영 지음, 사계절 펴냄

“지금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입장과 노선, 이해관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내러티브 전쟁터이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내러티브는 복잡하지 않았다. 침략세력인 러시아는 가해자, 우크라이나는 선량한 피해자로 그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말하듯 ‘평화를 위한 전쟁’은 가능한가? 서방이 러시아의 침략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인의 멸절을 가져올 영구 전쟁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전쟁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인 저자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회색 지대’를 파고들었다. 거기에는 ‘나토의 동진’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가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른 국면이다.

 

 

 

 

 

작가 피정
노시내 지음, 마티 펴냄

“언어의 묘미에 취하는 일, 경계에서 서성이며 내가 마주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번역하는 일.”

노시내 번역가는 〈시사IN〉이 해마다 출판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에서 ‘올해의 번역가’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마이너 필링스〉 〈책임 정당〉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등을 번역한 그는 26년 넘게 타국 생활 중이다. 10개 도시를 거쳤다. 외국 생활이 길어지던 어느 날 번역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곧 일에 빠져들었다. 오랫동안 경계를 서성이던 그가 여성, 소수자, 이민자, 번역가로서 겪은 ‘피정의 경험’을 기록했다. ‘내 글’을 쓸 때조차 번역을 하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한국어로 전달하는 행위가 번역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의 여타 글처럼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무엇보다 저자로서의 노시내가 드러나는 글이다.

 

 

 

 

 

사건 파일 명화 스캔들
양지열 지음, 이론과실천 펴냄

“법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라 완전하지 않다.”

양지열 변호사는 문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TV, 라디오, 유튜브 등을 누비며 각종 현안을 해설해준다.
그 와중에 책을 썼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첫 저서가 아니라는 데 두 번 놀란다.
그는 이미 ‘청소년용 법률 교양서’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번 책은 성인 대상 법률 교양서다. ‘명화’와 ‘법’이라는 어려워 보이는 두 키워드 조합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양 변호사 특유의 친절함으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간다. 이를테면, 밀레의 그림 ‘만종’과 ‘이삭 줍기’를 통해 저자는 ‘구의역 김 군’ 사건을 언급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도 곁들인다.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렌즈를 얻은 기분이 든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김영사 펴냄

“러시아도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패권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다루는 시나리오는 이미 넘친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의 몰락이 점쳐질 때 미국 경제의 새로운 부흥과 미·중 패권 경쟁 발발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짚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모든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 제1의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나온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서 다양한 미래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최고의 미래 예측이라고 말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