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8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적 동지’라고 부른다. 11월19일 정진상 실장이 구속됐다.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맡아 대장동 개발 편의를 봐준 대가로 민간사업자들에게 금품을 받고, 대장동 개발이익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서 김용 전 부원장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1월8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수사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다. 최근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주변인들에 대한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5일 이 대표는 “계좌를 확인했다는 통보서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집에 계속 쌓이고 있다. 이미 재산신고도 명확하게 했고, 출처도 명확히 밝힌 건데 이제 와서 그게 마치 문제 있는 것인 양 얘기하는 건 쇼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재명을 흔들기 위해 정진상과 김용을 건드리는 것이고, 이재명을 흔드는 것은 제1야당을 궤멸하고자 하는 ‘정치 탄압’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의원 중 고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적극 대응에 나섰다. 연일 정진상 실장 관련 혐의를 민주당 공보국이 반박하고, 민주당 대변인단이 정 실장을 대변하는 입장문을 냈다. 11월18일 정진상 실장 영장실질심사 뒤 열린 기자회견에는 정 실장 측 변호인 옆에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이튿날 법원은 정 실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당의 대응을 두고 “검찰이 총력을 다해서 불공정하게, 대대적으로 탄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국한해서 실제 관계자(당사자)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화력은 부족하지만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이) 매달려서 대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의 대응을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뭘 알고 대응하는 건지 모르겠다. 당이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범죄 혐의가 소명돼서 법원까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건데 그걸 (혐의가) 없다고 우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다(11월28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두 가지 이유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법적 의혹을 방어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개인의 사법적 문제를 정당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따져, 잘 모르는 것들까지 정치적으로 방어한다는 인상을 주면 국민들이 당을 신뢰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만약 하나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곧바로 정당이 공격받는다.”

김 의원은 ‘개인의 사법적인 문제’라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를 구분한다. 그는 당이 정책, 국정운영 등에 대한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의 사법적 문제는 당사자나 변호인이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을 향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은 정치 탄압이고 어떤 것은 개인적 비위라고 구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뇌물수수 등 의혹),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취업청탁 의혹) 사례를 들며 “민주당을 전방위적으로 탄압하는 검찰”에 맞서 당이 단일 대오로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11월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친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이 안정감을 되찾기 위해 전략적으로 다양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취임 이후 가깝지 않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보다 지지층을 강화하고 다졌다. 정진상, 김용 같은 측근에게 당직을 주는 식의 좁은 정치를 했다. 그게 한계에 봉착했다.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목소리가 큰 인사들도 초록이 동색이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 친문(친문재인)계가 주축인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민주주의 4.0)’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4.0은 11월22~23일 심포지엄 및 총회를 열고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 의원은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불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자리수석과 정무수석을 각각 맡았던 정태호·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연구원장·감사로 선출됐다.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한 서동용·양기대·오영환·윤영찬·이장섭·홍기원 의원, 정세균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영주 의원, 계파 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고용진·신정훈 의원 등 의원 9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56명으로 출발한 회원이 65명(김병관 전 의원 포함)으로 늘었다. 민주주의 4.0 핵심 관계자는 “정책 의제를 당에 적극 제안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주의 4.0이 재정비에 나선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의원 수가 50명이 넘는 큰 단체인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 국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해) 민주주의 4.0도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빨라질수록 당내 역학 구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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