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아침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이 그랬듯이, 내가 속해 있는 몇몇 단톡방에도 ‘그 영상’이 올라왔다. 전 세계 정상이 모인 다자 무대에서 고스란히 노출된 대통령의 뒷담화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회사 선배가 아침부터 웬 한숨이냐고 물어,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공동체의 리더가 자기 자리의 무게를 모르거나 감당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탓이었다. 이 사건은 지금의 정치적 공방 이상으로 내게 크게 다가왔다. 평생을 검사로 살다 정치에 뛰어든 지 채 1년도 안 되어 대통령직을 거머쥔 이의 ‘예견된 준비 부족’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무언가 더 건드리는 게 있었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계속 내 안에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의 첫 100일〉은 참고할 만한 책이다. 쉽고 얇아 금세 읽을 수 있다. 그에 비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수위와 취임 100일 행적을 분석했다.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베테랑을 쓴다거나 ‘미국을 닮은 내각’을 구현한다는 식의 임기 초에 통하는 조언만 있는 게 아니다. 뾰족한 우선순위를 세우고 일관되게 반복하라, 쉽게 경험의 함정에 빠지므로 레거시를 넘어서라, 분열과 불신은 ‘디폴트’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등은 임기 전반에 통용되는 말이다. 성공만 짚지 않았다. 실패에서도 교훈을 도출했다.
인용된 바이든의 취임사도 되새겨볼 만하다. “우리를 미국인으로 정의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공동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나는 알 것 같습니다. 기회입니다. 안전입니다. 자유입니다. 품위입니다. 존중입니다. 명예입니다. 그리고 진실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대통령 100일을 구실 삼아 실제로는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전략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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