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유권자들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선거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시사IN 신선영

두 남자는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보였다. 으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고 양팔을 벌려 펄쩍 뛰기도 했다. 시끄러운 선동가. 떠드는 사람들이었다. 조용히 순응하는 대중을 편하게 느끼는 권력자가 보기에는 딱 싫어할 만한 인물이었다.

평소에도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식의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이들은 선거기간이 되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더욱 떠들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라는 당위를 너무 믿을 걸까. 모여라, 모여라 외치며 돌아다녔다.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열변을 토했다.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법은 엄격했다.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었다. 어기면 징역형에도 처해질 수 있다.

모여서 떠드는 장면을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지런히 찍어두었다.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없었다. 법 위반은 명백했다. 그럼에도 이상했다. 처벌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납득할 수 없었다. 물론 집회에서 쏟아진 말 중에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해도 되나. 법 위반이 분명한데도 처벌을 수긍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 법이 이상한 것이다.

하버드 “한국 유권자 수준 매우 높아”

헌법재판소에 90쪽에 이르는 청구서를 냈다.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1970년 12월 처음 금지될 당시에는 일부 모임에 국한됐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종친회·동창회처럼 탈법적인 모임으로 한정됐다. 이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집회나 모임으로 확대됐다. 가령 선거기간에 더 나은 후보자에게 투표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대학에서 심포지엄을 열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나친 규제다. 만일 무분별한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의 평온과 공정에 대한 위협이 우려된다면 그런 위험성이 있는 구체적인 행위를 직접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대처해야 하고, 이러한 조항은 이미 공직선거법에 도입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평가한 세계 각국 선거공정성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수준은 매우 높았다. 공정한 선거를 열망하고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특히 높게 평가됐다. 오히려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문제로 지적됐다. 유권자를 불신하는 감시와 처벌은 구시대 유물이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 선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 영향을 끼쳤다고 처벌하는 일이 과연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을까.

2022년 7월21일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렸다. 시민들이 모여서 선거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할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발현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선거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음 선거 때는 전에 없던 축제를 기대한다. 

기자명 박성철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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