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다른 작품들에도 표절·레퍼런스 차용 의혹 등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연합뉴스

방송인 겸 뮤지션 유희열의 이번 표절 논란 사태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어두운 면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BTS를 포함한 몇몇 아이돌 팀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한국 대중음악계가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식의 기사가 많았지만, 이런 잔치판 이면에는 만성 고질병처럼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상존해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유희열 표절 논란 사태는 이전 표절 논란과 비교해 그 진행 과정이 다소 다르다. 먼저 카피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곡 ‘Aqua’를 만든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측에서 유희열의 곡 ‘아주 사적인 밤’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고 공식 답변을 했음에도 대중의 비판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왜 그럴까.

대중이 여전히 유희열을 비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원작자가 관대한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곡 간의 유사성이 강하고 표절에 대한 심정적인 공감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희열이 그간 자신의 작품들에서 선보였던 다른 해외 곡들의 표절·레퍼런스 차용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희열 측의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유희열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 측은 이번 표절 사태를 촉발한 한 유튜버의 문제 제기에 대해 반년 가까이 침묵하다가, 그 유튜버가 직접 사카모토 측에 의견을 보내고, 답변이 오고 나서야 뒤늦게 반응했다. 안테나 측은 담당자가 제대로 유희열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놓친 실수라고 했지만 전후 과정을 보면 그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간 유희열은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실력 있는 작·편곡가로 회자되어왔다. 라디오와 앨범을 통해 팬층을 키워온 아티스트였다는 점에서 기존 아이돌계 가수들과는 출발점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현재 유희열이 진행 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 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카모토의 회신과는 별개로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유희열은 이에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편집자 주: 7월18일 유희열은 소속사를 통해 “우선 긴 시간 동안 저와 관련한 논란으로 피로감을 안겨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차를 발표했다. 하지만 유희열은 같은 입장문에서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일권씨는 저서 〈K-POP 신화의 그림자〉에서 구체적인 표절 사례들을 언급하며 국내 대중음악판의 표절 실태를 다룬 바 있다. 구구절절 그 사례를 여기에 나열하지 않더라도 가요계에서 표절 사례는 부지기수다. 다만 현재까지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표절 판결을 받은 경우는 몇 건 되지 않는다. 표절로 의심되는 곡들의 카피 대상이 대부분 해외 아티스트들의 곡이기에, 그들이 표절 곡의 존재를 알고 소송을 걸지 않는 한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이번 유희열 표절 사태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공식 답변했다. ⓒ연합뉴스

해외에선 ‘무의식적 표절’도 인정

유희열의 표절 논란 사태는 큰 틀에서 생각할 화두 두 가지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표절에 관한 일반 대중의 인식 전환, 그리고 법적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함으로써 유희열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은 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의 후폭풍은 되레 거세졌다. 법적 책임은 면했을지언정, 도의적 책임과 비난은 곱절로 받는 신기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건 ‘온라인을 통한 대중의 직접적인 의견 개진과 그를 통한 반사효과’라고 본다. 표절 사례로 의심되는 경우라면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대중들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게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법적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다. 200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들’은 1990년대 초까지 적용되었던 ‘8마디 멜로디와 리듬의 동일성 여부’에서 탈피했다.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이 유연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 내용이 다소 모호하고 중의적이어서 상황에 따라 법적인 판단 기준이 바뀔 수 있는 가변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부 지침들이 좀 더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미권의 경우처럼 ‘음악 관련 전문 포렌식’을 별도로 해서 더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어느 창작자는 분명 이렇게 하소연할 것이다. 대중음악의 표현 문법이 일정한데 어떻게 완벽한 오리지널을 구현할 수 있겠느냐고. 지금껏 자신이 들어온 수많은 음악들이 기억에 남아 부지불식간에 발현될 경우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론 그렇게 곡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해외에선 그런 경우라도 별도의 예외를 두지 않고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뤄진 표절로 공식 판결한 사례가 여러 건이며, 그로 인해 로열티를 반납하거나 공동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리는 식으로 해당 논란을 마무리했다.

대중음악은 필연적으로 그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을 반영한다.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창작자들이 어느 시대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에겐 늘 표절의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와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 생겨왔다. 대중음악계의 레전드들, 비틀스·롤링스톤스·레드제플린도 과거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에는 오아시스나 샘 스미스 같은 팝 스타들도 표절로 인한 저작권 침해로 해당 곡에 관한 ‘로열티’를 돌려준 사례가 있다. 아마 앞으로도 표절 및 그로 인한 저작권 분쟁과 침해는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더 디테일하고 입체적인 규정에 따라 모범적인 판례가 생기고, 그와 함께 언론과 대중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계속 유지된다면 얄팍하고 저열한 의도로 행하는 표절 사례는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그런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대중의 시선과 인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게 이번 유희열 표절 논란 사태로 인해 뚜렷해졌다. 이 점만으로도 음악 창작자들의 표절 유혹을 많이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기자명 김희준 (〈MMJAZZ〉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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