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인식에는 ‘세대 차이’가 있다. 1986년생인 나에게 일본은 ‘덕질하기 좋은 나라’였다. 밴드 ‘아지캉(Asian Kung-fu Generation)’의 광팬이고,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따위도 성장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풍족한 옆 나라. 저 나라의 역사와 정치는 파렴치하지만, 문화 콘텐츠는 즐길 게 많았다.
그런데 윗세대와 아랫세대는 좀 달랐다. 그저 극복해야 하는 선진국으로 바라보는 일부 선배들을 보면 갸웃했고, 몇몇 후배들이 ‘레트로한 감성이 살아 있는 물가 싼 나라’로 인식할 땐 격세지감을 느꼈다. 지금 일본은 그런 존재다. “쟤네 부모가 부자였대. 근데 지금은 케이팝 그룹 오디션 보러 쟤네가 유학 오잖아. 쟤들도 다 한국식 화장을 하던데. 근데 저 나라 정치는 왜 저래?”
코로나19를 겪으며 일본이라는 국가의 시스템을 보는 한국의 시선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도장 찍는 기계를 만들지 않나, 확진자 행정 처리를 팩스로 하질 않나. 알고리즘과 광고로 먹고사는 유튜브 ‘국뽕’ 채널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온라인에서는 일본에 대한 극단적 인식이 난립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친일도, 국뽕도, 혐일(嫌日)도 정답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오히려 냉정하게 저 나라가 지금 왜 저렇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설명한다. 일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가령 일본이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들은 가난하다’는 인식은 틀렸다. 사실 나라는 부채로 허덕이고, 그 빚(채권)은 은행에 저축한 ‘나이 든’ 개인이 내주었다. 반면 소비와 생산이 가장 활발해야 할 일본 청년층은 가난하다. 이런 정치·사회·경제적 속사정을 읽다 보면 우리가 왜 세대별로 일본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일본과 얼마나 다를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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