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6월8일,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씨가 별세했다. 그는 3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큐멘터리 〈송해 1927〉(2020)과 제작진이 쓴 같은 이름의 책, 그리고 지난해 11월의 〈씨네21〉 인터뷰를 살펴보았다. 영화와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소개한다.

다큐 제작진과의 저녁 자리에서였다. “그런데 선생님, 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하셨어요? 4~5개월 정도 고민하셨다면서요?” 그의 답은 이랬다. “응, 내가 뭘 더 보여줄 게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어.” 그 대답에 제작진 모두 놀랐다. 구순을 훌쩍 넘긴 방송인이 여전히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선보일지 궁리하는 모습에. ‘그의 프로 정신에,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하던 순간’이라고 책에 적었다.

1986년 3월, 그는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당시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교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시작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로수를 누비며 송해입니다.’ 그러고 ‘자, 우리 오늘도 안전운전 합시다’ 하고 인사하면 경쾌하게 시그널 음악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일을 당하고 나니까 그게 안 돼요. 아무리 혀를 깨물고 어떻게든 하려고 해도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아요. (중략) 그래서 어느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제가 말했습니다. 후임자를 찾아야겠다고…(책 〈송해 1927〉 중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노래자랑〉이 8주 동안 결방되었다. 방송을 재개할 때에 대해,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으니, 자식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은 더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전국~ 노래자랑” 했을 때, 때가 어느 땐데 큰 소리 치냐면서 가라고 하면 큰일 나거든요. 그래서 내가 아이 잃고 느꼈던 마음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어떡할까요, 여러분들 다 아픈 마음 가지고 있는데 이걸 할까요 말까요?” 그랬더니 “하십시오” 하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죠. 그런 어려운 고비를 두어 번 넘기면서 다시 용기를 가졌죠(〈씨네21〉 인터뷰 중에서).”

2007년에 이런 심리학 연구가 있었다. 〈전국노래자랑〉과 〈퀴즈 대한민국〉의 예선 참가자들이 느끼는 행복도를 비교했다. 〈전국노래자랑〉 예선 참가자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이 프로그램의 예선 참가자는 85만명이 넘는다. 수많은 이의 행복도를 올려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어느 기사 제목처럼, 이제는 ‘천국~ 노래자랑’ 할 것 같다. 송해(1927~2022).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