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는 ‘소득’과 ‘시간’ 두 가지 측면에서 자녀에게 영향을 준다. ⓒ시사IN 자료

일하는 엄마(워킹맘)와 전업주부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들이 무척 많습니다. 저희 집도 맞벌이 가정입니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푸념하곤 합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도 걱정합니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하는 엄마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자녀에게 영향을 줍니다. ‘소득’과 ‘시간’입니다. 엄마가 일을 하면 대개 소득이 증가하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감소합니다. 이 두 채널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녀에게 영향(워킹맘 효과)을 줍니다.

먼저 ‘소득 효과’입니다. 엄마가 돈을 벌어오니 가정의 수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가정의 재정적 여유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엄마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워킹맘의 긍정적 효과가 커집니다.

소득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따릅니다. 가령 아빠의 소득이 100만원인 상황과 1000만원인 상황에서 엄마의 소득이 가지는 의미는 각각 다릅니다. 아빠의 소득이 매우 높은 가정에서 맞벌이보다 전업주부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다음은 ‘시간 효과’입니다. 엄마가 노동시장에 참여하면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로 인한 영향은 엄마의 (육아) 능력과 엄마 부재 시에 아이가 하는 활동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와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엄마가 일을 하면 (그렇지 않은 엄마에 비해) 아이가 잃는 게 더 큽니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 혹은 조부모나 아이 돌보미 등과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양질의 어린이집, 조부모, 아이 돌보미 등의 적극적 도움이 있다면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워킹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일하는 엄마와 전업주부의 자녀를 비교하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는 직업 유무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아이의 성취도 차이가 엄마의 일 때문인지 다른 특성의 차이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간 학력, 경제 사정, 육아에 대한 가치관, 일에 관한 열정 및 성취동기 등도 제각각 다릅니다. 그렇기에 단순 비교는 그 한계가 큽니다.

경제학자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엄마들을 무작위로 워킹맘과 전업주부로 배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북한에서조차 불가능하겠죠. 경제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방법이, 정책이 변함으로써 벌어지는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1970~1980년대 유럽에서는 어린이집 수가 대폭 늘었습니다. 이전까지 대부분 가정에서 자라던 영유아들이 낮 시간에 보육시설에서 조기교육을 받게 되었죠.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습니다. 가령 노르웨이는 197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 교육에 투자했습니다. 1970년 이전에 조기 영유아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5%도 되지 않았으나 1990년대에 이르자 60%를 상회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다르게 확대되었습니다. 특정 지역에는 프로그램이 크게 확대된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비교적 적게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 두 부류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을 25년 이상 추적 조사해보니,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보육시설의 혜택을 많이 받은 지역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지역 아이들에 비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교육 연한, 대학 진학률, 소득이 모두 상승했습니다(Havne and Mogstad, 2011).

집에서 아이를 돌볼 권리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는 미취학 유아 수가 2001년 123만명 수준에서 2019년 약 200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태어난 아동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더 큽니다.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영유아 인구수 대비 어린이집 취원 비율은 0세 20.2%, 1세 81.1%, 2세 91.3%입니다. 돌을 지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연구 결과만 본다면, 엄마는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아이들은 모두 어린이집에서 조기 영유아 교육을 받으니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자 이 방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기를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1990~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는 영유아 보육정책에 변화가 일었습니다. 보육시설 이용뿐 아니라 가정보육에도 국가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한 겁니다. 엄마가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경우 충분한 양육수당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1998년 노르웨이 정부는 만 3세 이하 아동의 엄마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볼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선택을 한 가정에 현금 보상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아이 한 명당 연간 3만6000 노르웨이크로네(약 480만원·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으로는 약 900만원)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이 정책이 실행되던 당시 연구자들은 3세 이하 아동 중 7~10세 초등학생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을 들여다보았습니다(Bettinger·Haegland·Rege, 2014). 동생의 양육을 위해 일터 대신 집에 오래 머물게 된 엄마와 덩달아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된 아이들이죠. 그 형제자매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의 성적을 분석해보았는데요. 그 결과 초등학생일 때 엄마가 집에 있었던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가 직장에 나가던 학생에 비해 평균 학점이 무려 1.2점 높았습니다.

독일에서도 2006년 이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2세 미만 아동을 집에서 돌볼 때 월 150~300유로(약 20만~4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당시 평균적인 가정 소득의 10%가 넘을 만큼 큰 금액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의 노동 참여가 줄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크게 늘었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Gathmann and Sass, 2018). 흥미롭게도 이러한 효과는 남자아이에게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앞서 1970~1980년대 어린이집 확대가 아이들의 성적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1990년대 들어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유도했는데 오히려 성적이 높아졌다니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970년대 양질의 영유아 교육의 도입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평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중심으로 효과가 컸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라고 말했습니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보육시설보다 집에서 엄마에게 돌봄을 받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들어 엄마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자, 이러한 엄마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각 가정이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를 스스로 결정했을 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영유아 돌봄의 무조건적인 시설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볼 권리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집에서 키우느냐, 보육시설에 보내느냐 따라 지원금 차이가 매우 큽니다. 만 0세의 보육료 지원 금액은 현재 최대 74만8500원인 반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겨우 20만원을 받습니다. 만 1세의 경우 보육시설 보조금은 최대 65만8500원, 양육수당은 15만원입니다. 만 2세부터 보조금은 최대 54만6000원, 양육수당은 불과 10만원이고요.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양육수당과 보육지원금이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부모가 원한다면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도록 사회는 도와야 합니다. 모든 가정의 구성원이 노동시장 참여와 돌봄의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사회의 발전입니다. 그리고 이때 아이들의 성취도 극대화됩니다.

한편, 여성의 노동 참여 문제는 여성의 자기성취 및 양성평등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필수적입니다. 육아휴직의 적극적 확대는 엄마가 커리어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늘리는, 곧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비결입니다.

2019년 기준 영유아 약 200만명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닌다.ⓒ시사IN 자료

육아휴직의 확대는 실제로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990년 7월1일생부터 부모가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을 12개월에서 24개월로 연장했습니다. 그 결과 6월30일 직전에 태어난 아이의 부모는 육아휴직 혜택이 종전의 12개월인 반면(대조군), 7월1일 직후에 태어난 아이의 부모는 육아휴직 24개월을 낼 수 있었죠(처치군). 대조군과 처치군은 사실상 같은 또래 아동들인데 부모 육아휴직의 혜택이 달랐습니다. 이렇게 특정한 제도의 컷오프가 존재하므로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혜택을 받는 상황을 연구하는 것을 ‘회귀 불연속 설계법(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이라 합니다.

육아휴직 길었던 아이들, 소득 5% 증가

연구자들은 이들이 15세가 된 뒤 실시한 피사(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점수를 추적했습니다(Danzer and Lavy, 2018).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대졸 이상 엄마를 둔 15세 자녀의 PISA 시험 점수에는 육아휴직 연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고졸 이하 엄마의 자녀는 육아휴직 연장이 오히려 시험 성적을 떨어뜨렸습니다.

노르웨이의 연구는 한층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입니다(Carneiro et al, 2015). 노르웨이 정부는 1977년 7월1일 이후 태어난 아이의 엄마에게는 4개월 유급휴가를 주었습니다. 기존 12개월 무급휴가는 유급휴가 기간이 끝난 뒤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요. 마찬가지로 회귀 불연속 설계법을 사용해서 분석한 결과, 혜택을 받은 아이들의 고등학교 중퇴율이 2% 감소하고 30세에 소득이 5% 증가했습니다.

미국은 OECD 국가 가운데 휴직 기간이 가장 짧은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이 6주에 불과하죠. 저희 첫아이는 제가 미국 대학 재직 중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6주 만에 직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죠. 잠시 한국에서 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셨지만 생후 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온종일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소 예민한 저희 아이는 어린이집을 끝까지 힘들어했습니다. 저희도 힘들었고, 아이에게도 최선이 아님이 분명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때의 기억은 가족 모두에게 상처로 남았습니다. 둘째가 생기자 저희가 미국을 떠나 홍콩으로 이직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유급 육아휴직은 현재 임신 중이거나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을 경우 아빠와 엄마 각 1년씩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하지만 (무급이라 할지라도) 육아휴직을 더 길게 쓸 수 있다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의 경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길러줄 수 있는 사회제도가 절실합니다.

오늘은 엄마 이야기만 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아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2020년 12월22일 통계청에서 2019년 육아휴직 통계를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워킹맘 효과 어떻게 측정하나

인과성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작위 통제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입니다. 가령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증명할 때 쓰이는 방법이지요. 많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자가 무작위로 백신을 맞을 집단(처치군)과 맞지 않을 집단(대조군)을 정합니다. 여기서 ‘무작위’가 중요합니다. 집단을 무작위로 선정하면 이 둘은 모든 특성이 거의 비슷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 됩니다. 그리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백신을 처치군에 접종한 뒤, 양쪽 집단의 코로나 발병 정도를 비교하는 것이지요.

사회과학 연구에서도 이러한 무작위 통제실험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해보곤 합니다. 이를 ‘현장실험(Field Experiment)’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기본소득 토론에서 종종 언급된, 핀란드에서 실업자를 무작위로 선정해 월 70만여 원을 2년간 지원한 기본소득 실험이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연구자가 엄마의 직장 근무를 인위적으로, 그것도 무작위로 정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정책이나 우연한 사건들 중에 엄마의 직장 근무 여부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찾아내어 연구하곤 합니다. 연구자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자연실험(Natual Experiment)’이라 합니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대표적인 자연실험 상황입니다.


 

〈참고문헌〉

*Bettinger, Eric, Torbjørn Hægeland, and Mari Rege. "Home with mom: the effects of stay-at-home parents on children’s long-run educational outcomes." Journal of Labor Economics 32.3 (2014): 443-467.
*Carneiro, Pedro, Katrine V. Løken, and Kjell G. Salvanes. "A flying start? Maternity leave benefits and long-run outcomes of childre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23.2 (2015): 365-412.
*Danzer, Natalia, and Victor Lavy. "Paid parental leave and children's schooling outcomes." The Economic Journal 128.608 (2018): 81-117.
*Havnes, T., and M.Mogstad. 2011. “No child left behind: Subsidized child care and childrens long-run outcomes.” AEJ: Economic Policy 3 (2):97–129
*Gathmann, Christina, and Björn Sass. "Taxing childcare: Effects on childcare choices, family labor supply, and children." Journal of labor Economics 36.3 (2018): 665-709.
*Ginja, Rita, Jenny Jans, and Arizo Karimi. "Parental leave benefits, household labor supply, and children’s long-run outcomes." Journal of Labor Economics 38.1 (2020): 261-320.

기자명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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