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이 나타났다. 강상우 감독의 영화 〈김군〉을 보고서, 그가 궁금했다.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 페퍼포그 차량 위에 기관총을 잡고 서 있는 사내. 당시 이창성 〈중앙일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강한 눈매의 사내.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그를 북한 특수군 ‘광수 1호’로 지목했다. 마치 북한이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한 증거인 양 온라인에 유포되었다. 다큐 제작진은 ‘김군’을 찾지 못했다. 그 과정이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랬던 김군이 42년 만에 나타났다. 그 소식에 ‘아’ 하고 작은 탄성마저 터져나왔다.
차복환씨(62). 경기도에 사는 그는 ‘광주’를 잊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같이 못하고 나중에서야 (희생된 시민군들을) 확인했을 때 그분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계속 울었다. 솔직히 잊으려, 20년 동안 진짜 어려웠다. 술 먹고 힘들면 그 꿈을 꼭 꿨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의 아내가 우연히 영화 〈김군〉을 보고 묻더란다. 꼭 당신 같은데. 그는 자신이 ‘광수 1호’가 되어 있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5·18기념재단에 연락했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가 동일인 여부에 대해 확인 작업을 했다. 그가 ‘김군’이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식 식순에서 이 노래를 제외하기도 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합창단만 부르도록 했다. 그런 홀대와 비교하면 한 걸음 나아간 일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는 맹세라니. 이름 없이 스러져간 개인과 가족의 삶은 또한 얼마나 고단하고 아픈 것일까.
‘김군’을 찾은 5·18조사위의 자료를 읽다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5·18국립묘지의 무명열사 묘에 묻혀 있던 이들의 신원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신동남(30·사망 당시 나이), 김재영(17), 양창근(16), 김광복(14). 이들의 나이를 보라. 당시 광주로 ‘유학’ 온 학생들이다. 사망 이후 가족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매장을 완료해 소장품·옷가지로 신원확인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국가폭력에 의해 숨졌지만 신원확인이 안 돼 무명열사의 묘에 묻히거나 잘못 알려졌던 이들. 가사와 달리 이 이름이 남겨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가 그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42년 만에 이름을 되찾아준 5·18조사위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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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조사위는 지금도 ‘그날의 진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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