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5월3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눈을 감은 채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자질도, 능력도 보이지 않았다. 5월3일 국회에서 정호영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청문회가 진행된 약 6시간 동안 주요 쟁점은 후보자 자녀에 대한 ‘아빠 찬스’ 의혹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부처 운영에 관한 질문도 나왔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청문회 자리는 파투가 났다.

이날 첫 질의에 나선 사람은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장관이 된 이후 가장 우선순위에 둘 정책이 무엇인가”를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던 정호영 후보자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역 격차를 반드시 없애겠다”라고 답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모두발언에서 정 후보자 본인이 직접 ‘핵심과제’라고 밝힌 다섯 가지 목표 중 가장 먼저 내세웠던 “일상 회복과 코로나19 유행 안정화”가 아니었다. 이에 이달곤 의원은 “장관이 된다면 주어진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지역 격차는 아주 장기적인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내정된 뒤 보건복지부에서 낸 해명 자료 63건을 모은 파일을 들어 보이며 “책 한 권 수준이다. 공무원들이 이런 해명 자료 내놓는 동안에 창신동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탈락으로 모자가 사망했고 지적장애가 있는 여섯 살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집회 중인데 알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머뭇거리던 정 후보자가 “뭐 그렇다고 들었다”라고 대답했다. 강 의원은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다시 물었고, 정 후보자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자 강 의원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의 인수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에 부모님들이 ‘인사 청문회 때 후보자한테 입장을 대신 좀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제게 한참 설명하다가 ‘어차피 낙마할 사람 아니냐, 의미 없는 거 아니냐’며 한탄했다. 후보자는 계속해서 부당한 행위가 없었다며 떳떳하다고 하지만 이미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이다. 어느 정도로 바닥이냐, 자식을 걱정하면서 머리를 깎고 밥을 굶는 부모님조차 저 사람한테 물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바닥이다. 자격 미달 후보자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질의가 끝난 뒤 청문회를 진행하던 김민석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후보자를 향해 말했다. “후보자가 답하는 걸 보니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집회 자체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이 집회 장소 앞을 왔다 갔다 하게 되면 사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알아보려는 마음이 드는 게 통상적이다.” 정 후보자는 별다른 말없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복지 분야에서 저출생, 고령화, 국민연금 개혁, 노인 빈곤과 아동학대 등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이나 연구를 해본 적 있느냐”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가 “요즘 하고 있다”라고 대답하자, 고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가 국정 운영에 있어서는 ‘머리를 빌려서 하겠다’고 했다. 그 빌린 머리가 정 후보자다. 그런데 정 후보자는 본인이 전문성이 없으니까 또 빌리겠다고 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어디까지 머리를 빌려서 복지부를 운영하겠다는 거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역시 “복지 분야에 대한 마인드가 참 중요한데 아쉽게도 여기에 대한 경력이 확인이 안 된다. 봉사활동을 했다든가 복지단체에서 활동을 했다든가 기부금을 냈다든가 이런 부분들이 거의 눈에 안 보여서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역시 짤막하게 대답했다. “사회복지 분야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공방도 오갔다. 수많은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조차 정 후보자를 마냥 두둔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후보자 자녀 두 분이 왜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는지, 그게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도 있는데, 그 속담의 내용을 지금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라고 답했다.

5월3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 등 야당 의원들은 정호영 후보자의 뒤늦은 자료 제출과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퇴장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렇게 의혹이 많은 후보는 처음”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꾸 자녀 편입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게 다른 사람의 경우가 이렇다고 한다면 (후보자는) 어떻게 보겠나”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인용했던 속담을 다시 꺼내 항변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매지 말라고 했다지만 국립대학 입학 과정도 녹록지는 않다.”

오히려 정 후보자는 “(물증이) 나온 게 없지 않나”라며 국민들이 본인 자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민들께서 불편하셨다면 매우 송구스럽지만 잘못된 사실에 기인한 국민들의 눈높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눈높이를 제가 좀, 바로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자 이 자리까지 나왔다.” 해당 발언에 대해 강선우 의원이 “지금 국민들이 잘 몰라서 이런다는 말인가”라며 항의하자 정 후보자는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다”라고 맞받아쳤다. 강 의원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후보자는 “국민들 마음이 불편하신 데에 대해 사과하겠다”라고만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건 성인이 된 자녀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는데, 그럼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지원하는 걸 두고 보겠나”라고 질문했다. 정 후보자는 “그렇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는 앞선 발언과는 배치되는 대답이었다. 고 의원은 “다시금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다니 놀랍다. 그럼 앞으로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 있는 기관장들의 자녀들이 해당 기관에 입사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관련 법규와 절차를 따르면 되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관련 법규와 절차’마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학교 교직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교직원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나 학연과 지연, 종교를 이유로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속기관 장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정 후보자는 자신의 두 자녀가 본인이 병원장으로 재직 중인 의대에 편입했음에도 이 사실을 경북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오후 7시30분, 김성주 의원(복지위 민주당 간사)은 “이렇게 의혹이 많은 후보는 처음이다. 답변 태도도 아주 불량하다. 무엇보다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도 전혀 없다. 청문회를 통해서 밝힐 수 있는 진실은 더 이상 없고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의원들 모두 김 의원을 따라 회의실을 나갔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재차 밝혔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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