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국내 최초 북한학 전문서점이라는 말로만 ‘이나영책방’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북한학’과 ‘서점’의 조합은 자못 이상한 고정관념에 가닿기 쉽다. 내적으로 ‘이념의 시대’를 지나오지 못한 이는 빨간 금서 딱지가 붙어 있는 불온한 장소를 떠올릴 수도 있다. ‘북한’이라는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 생각할 기회조차 없던 이들에겐 올드한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나영책방은 밝고 젊다. 커뮤니티적 성격을 띠면서도 개인주의적인 ‘동네책방’이다. ‘이것이 나의 영감’의 약자이자 이나영 대표(42)의 이름을 딴 공간은 책을 매개로 동네 사람들을 연결한다. 북한이라는 기호 자체가 생소한 이들에게도 호기심이 가게끔 책과 굿즈를 전시해뒀다. 북한 과자곽에 불과한데도 괜스레 ‘힙’해보이는 이유는 이나영책방의 분위기 덕분이다. 대북사업을 한 사람들에게 받은 북한 물품이나 해외에서 사온 책 등이 있다.

북한학 서적 코너는 북한학 박사인 이나영 대표가 엄선한 책들로 꾸렸다. 이 대표가 공저자로 참여한 〈어쩌다가 북한학〉을 비롯해 북한을 천사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시선에서 벗어나게 하는 책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북한학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의 출생연도별로 정리된 소설 코너와 인문·역사, 사회·정치 코너가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았다. 이나영 대표가 직접 손글씨로 추천의 이유를 쓴 포스트잇이나, 오려둔 서평 기사를 책 표지에다 붙여뒀다. “대형서점처럼 책이 많지는 않지만, 필요한 책은 주문하면 바로 가져다 드린다”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10년 넘게 살던 서울 관악구에서 책방을 열기로 결심은 했지만 걱정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근처라 강남·강북으로 출퇴근하는 2030 비율이 높지만,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동네에 머무르며 여가를 즐기기보단 떠나기 바쁜 사람들을 붙들 방법을 모색했다.

4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심야책방’을 열어 책을 중심에 둔 수다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4월부터 10월까지는 시인·소설가·번역가와 함께하는 ‘관악사색’이라는 행사도 연다. 이나영 대표는 “이 동네가 그저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지 않길 바란다. 설령 잠시 머문다 해도 ‘재미난 책방’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는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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