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원희룡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대장동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원희룡TV’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영상 중에는 ‘원희룡 특별강좌’라는 이름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는 동영상 13건이 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원희룡 후보가 분필을 들고 칠판 앞에 서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이다. 영상에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역사에 남을 명강의다” 같은 댓글이 달려 있다.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한 원 후보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거쳐 4월10일 윤석열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원 후보를 발탁한 이유에 대해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어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원 후보의 ‘공정과 상식’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원 후보가 제주도지사로 재직 중이던 시기에 진행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두 건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4월21일 시민단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성명을 통해 원 후보가 추진했던 해당 사업이 공공의 이익보다 토건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었다며 원 후보를 “내로남불 대장동 1타 강사”라고 비판했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하 민간특례사업)’이란 말 그대로 정부가 아닌 민간사업자가 주도적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제도는 도시공원 일몰제와 연관이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민간 사유지를 공원녹지구역으로 지정했으나 20년 동안 실제 공원으로 조성하지 못하는 경우엔 해당 부지를 공원녹지구역에서 해제해야 한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부지를 매입할 예산이나 여력이 없어서 공원을 조성하지 못했는데, ‘일몰 기간’인 20년을 거의 채워간다면, ‘민간특례사업’으로 갈 수 있다. 규정(공원녹지법 제21조)에 따르면, 민간사업자가 자신의 자본으로 해당 부지를 매입해서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공원 부지 면적의 70% 이상을 공공부문인 공원관리청에 기부하는 대신 나머지 부지에 주거·상업시설 등을 건설해 이윤을 내는 방법이다. 현재 원희룡 후보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특례사업은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두 건이다.

①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의혹

오등봉공원은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오드싱오름’ 근방에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규모는 76만4863㎡(약 23만1371평)에 달한다. 이 중 공원을 제외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면적은 9만5080㎡(약 2만8762평)이다. 이곳에는 총 1429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15층짜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원래 제주시는 오등봉공원이 민간특례사업으로 개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자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016년 9월 제주시 공원녹지과는 ‘오등봉공원 민간조성특례사업 사전검토요청 관련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특혜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략) 공모 방식 및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4월 제주도는 ‘민간특례사업 TF팀’을 꾸렸다. 석 달 뒤인 2017년 7월에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민간특례사업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사업 추진을 준비하되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위 사진 참조). 원 후보는 2014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제주도지사를 지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로 인해 민간특례사업 추진의 전 과정이 수면 아래에 감추어져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또 토지보상비 등을 포함한 민간사업자의 사업비용은 결국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제주도가 도민에게 개발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2017년 7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준비하되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지시한 문서.ⓒ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 제공

마침내 2020년 12월18일, 제주시는 ㈜오등봉아트파크에 수익률 8.91%를 약속하는 민간특례사업 협약서를 쓴다. 오등봉아트파크는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ㅎ건설과 제주 현지 4개 업체의 컨소시엄(공통의 목적을 위한 조합)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업체 중 하나인 ㄹ기술단의 대표이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윤 당선자가 2013년 ‘항명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될 당시 그의 특별변호인을 맡기도 했던 남기춘 변호사(전 서울서부지검장)이다. 이에 원 후보 측은 “당시 남 변호사와 일절 교류를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오등봉공원과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은, 이 공원 부지 내에 위치한 일부 토지의 공시지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공원 부지 내의 현오학술문화재단 소유 토지의 공시지가는 2017년 1㎡당 7만3000원에서 2021년 14만5100원으로 4년 동안 96%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바로 옆에 위치한 다른 부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23%(3만7000원→4만5500원)에 그쳤다. 현오학술문화재단은 양창수 전 대법관의 조부인 양홍기 전 검사장을 기리기 위한 법인이다. 양 전 대법관이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원희룡 후보와 같은 제주 출신이자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양 전 대법관이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일 당시 원 후보는 서울대 법대에서 동문 강연을 하기도 했다.

②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의혹

중부공원은 제주시 건입동에 위치해 있다. 2020년 5월 발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따르면 총면적은 21만4200㎡(6만4796평)이고, 이 중 4만4944㎡(1만3596평)에 796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중부공원은 오등봉공원의 3분의 1 크기이지만, 이 사업에도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2017년 7월3일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지시한 뒤 사흘 만인 7월6일, 전직 제주도 고위 공무원의 모친이 중부공원 내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017년에 비해 올해 4월 현재 약 170% 상승한 상황이다. 인근 부지 공시지가가 50% 정도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주시가 사업제안서를 꼼꼼히 보지 않고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제주중부공원개발)은 사업 제안서에서 중부공원 내의 부지에 문화체육시설인 ‘웰니스센터’를 짓겠다고 적었다. 문제는, 웰니스센터를 짓겠다는 부지가 제주도교육청 소유의 땅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제주도교육청은 해당 부지를 민간 컨소시엄에 매각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시는 건설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채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업체 중 하나인 ㄱ종합건설의 회장 아무개씨는 제주도의회 의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원 후보 측은 “아무개씨가 캠프 고문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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